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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선 수행하는 한국 불교 … 스승 도움받는 방식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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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 선(禪)은 ‘방목선’이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여행길에 비유하면, 근기(根機·수행할 수 있는 능력)가 빼어난 사람은 성공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대구쯤에서 중도 포기하거나 이상한 신기(神氣)가 들어 울산 같은 샛길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도발적인 발언의 주인공은 통영 인근의 외딴섬 오곡도에서 10년째 명상수련원을 운영하고 있는 장휘옥·김사업씨다.

한국 불교의 선 수행방식에 문제가 많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까. 두 사람이 제시하는 해결방식은 스승이 선 수행 중인 제자를 수시로 일대일 면담해 어려운 화두를 타파하도록 돕는 수행법 ‘독참(獨參)’의 도입이다. 말하자면 스승이 서울까지 따라가며 제자를 이끌어주기 때문에 중도 포기나 ‘코스 이탈’ 없이 온전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두 사람이 독참 체험을 바탕으로 불교의 대표적인 간화선(看話禪·화두를 두고 수행) 책인 『무문관(無門關)』을 보다 쉽게 접근하도록 한 『무문관 참구(參究)』(민족사)를 냈다. 중국 남송(南宋)의 선승(禪僧) 무문혜개(無門慧開)가 지은 『무문관』에 담긴 48개 화두를 단순히 번역한 게 아니라 화두에 대한 설명인 제창(提唱), 두 사람의 독참 체험 때 스승과 주고 받은 문답 내용인 ‘입실(入室)’을 보탰다.

 장씨와 김씨는 각각 부산대와 서울대를 나왔으나 뒤늦게 불교를 공부한 후 동국대 사회교육원에서 나란히 불교를 가르쳤었다. 10년 전 교수직을 함께 그만뒀다. 불교를 머리로만 이해한 탓인지 ‘깨달음의 평온함’을 맛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선방을 섭렵하다 일본 임제종의 고가쿠지(向嶽寺) 선원에서 독참을 만났다. 두 사람이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이 절의 미야모토 다이호(宮本大峰) 방장으로부터 지도 받은 독참 횟수는 각각 900여 회에 이른다.

 장씨는 “한국 불교가 독참을 도입해야 한다든지 독참 수행을 통해 사회를 바꾼다든지 하는 거창한 계획보다 우리의 값진 경험을 썩히기 아까워 책을 냈다”고 말했다. 김씨는 “독참이 일본식이라고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원래 중국 송나라로부터 전해진 수행법인데 우리는 사라진 대신 일본에는 남아 있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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