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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대기업이 빚을 갚을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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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

대기업 2, 3세들의 잇따른 빵집 사업 진출이 소상공인의 생계 터전을 위협한다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면서까지 해외 유명 브랜드를 들여와 국내에서 쉽게 돈 벌 궁리만 하기 때문에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높다. 몇몇 대기업은 여론에 항복했고, 곧 다른 대기업도 따라갈 전망이다. 그렇다면 대기업이 이들과 상생하는 길은 없었을까.

 지난 수십 년간 국내 베이커리산업은 중소업체와 동네 상권의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 그중에는 오랜 노하우를 축적해온 업체나 소상공인도 많다. 대기업은 해외에서 브랜드를 수입하지 말고 이들과 제휴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중소업체나 소상공인들의 기술적 노하우와 대기업의 자본이 결합한다면 새로운 공생발전 모델이 구축될 수 있다. 만약 중소기업의 기술이 부족하다면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기술개발을 하면 된다.

 이러한 기술과 자본의 결합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해외진출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소업체 및 소상공인의 기술력에 대기업의 자본과 인력, 물류, 마케팅이 더해지면 해외 베이커리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특히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는 중국, 동남아 등은 국내 시장보다 기회가 더 많다. 파리바게뜨의 중국에서의 성공적인 성장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더욱이 서비스 상품의 수출, 특히 외식서비스 브랜드의 해외진출은 단순히 외화 획득을 넘어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역할도 한다.

 또한 국내 브랜드의 해외진출은 국내에서 제빵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청년들에게 해외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 일례로 국내 대학들과 협력해 제빵, 외국어교육 등을 이수한 우수한 인력들을 해외 점포에 매니저로 파견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관계는 비단 빵집뿐만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적합한 다른 서비스 업종에도 확산돼야 한다. 한식당처럼 우수한 맛과 노하우를 가진 중소업체들과 제휴해 해외에 진출한다면 한식의 세계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언제까지나 한식의 세계화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는 없다. 한식의 세계화는 초기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 만큼 대기업이 우수한 중소업체에 적극 투자해 함께 세계로 진출한다면 더없이 좋은 상생모델이 될 것이다. 메가트렌드인 웰빙에 맞는 한식의 우수성이 이른 시간 안에 세계인에게 인식될 것이고, 투자수익률도 충분할 것이다.

 국내 서비스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영세하고 노동생산성도 낮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 효과는 더 크다. 더욱이 앞으로 고령화, 베이비부머 퇴직, 청년층의 만성실업 등으로 인해 신규 진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서 계속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서비스산업이 여전히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기업이 서비스산업의 균형발전에 적극 나서야 한다. 중소 서비스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는 공생발전이라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서민층 안정에도 매우 중요한 요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내 대기업의 성장은 과거 수십 년간 지속돼온 정부의 불균형 성장전략의 결과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제 대기업이 그 빚을 갚아야 할 때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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