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 한국, 힘겨운 첫 승

중앙일보

입력

찬바람이 불고 간간이 비가 내렸다. 차라리 장대비가 되어 마음껏 쏟아졌으면 좋았으련만. 소나기골을 기대한 한국에 후반 7분 이천수가 터뜨린 1골은 가뭄 속의 실비처럼 갈증을 더하게 할 뿐이었다.

한국은 17일 애들레이드 하인드마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모로코와의 올림픽 축구 B조예선 두번째 경기에서 이천수가 페널티킥 찬스에서 힘겹게 뽑아낸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8강의 꿈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김도훈이 모로코 수비수 아크람 루마니의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이천수의 첫 슈팅은 골키퍼 타리크 엘자르무닉의 선방에 걸렸다. 그러나 이는 튀어나온 볼을 침착하게 차넣어 한국의 대회 첫골을 터뜨렸다.

이로써 1승1패를 마크한 한국은 칠레에 1-3으로 패한 스페인과 동률을 이루고 승자승 원칙에 의해 3위에 랭크됐다. 그러나 남은 칠레전에서 반드시 많은 골차로 이겨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17일 현재 2승을 기록중인 B조 선두 칠레는 골득실 +5, 스페인은 +1, 한국은 -2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칠레에 승리해 3팀이 2승1패 동률을 이루고 골득실을 따져도 한국은 가장 불리하다. 한국으로서는 칠레를 누르고 스페인이 모로코에 패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승리하긴 했지만 아쉬웠다. 얼마든지 골을 더 터뜨릴 기회가 있었지만 운도 기량도 받쳐주지 않았다. 후반 로스타임에는 교체멤버 김도균이 골기퍼와 맞선 가운데 날린 슈팅마저 골문을 외면했다.

경기 초반뷰터 한국의 플레이는 분명 스페인전과 달랐다. 적극적이었고 공격적이었으며 초반에 골만 뽑아냈다면 대량득점도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불러 일으킬만큼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골이 없었다. 두 가지 아쉬움 속에 수차례 찾아든 찬스가 무산됐다. 전반 22분과 36·40분 잇따라 문전 프리킥을 얻었을 때는 킥에 능한 고종수가 필요했다.

8분쯤 김도훈이 정면 골찬스를 얻고도 골대를 넘기고 무수한 패스 미스와 실책으로 기회를 무산시킬 때는 와일드 카드로 뽑은 노장 선수에 대한 실망감이 응원석을 뒤덮었다.

전반을 0-0으로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하는 한국 선수들은 마치 탈락이 결정되기라도 한 듯 어깨가 처져 있었다. 1승이 아쉬운 한국에는 전반 내내 모로코의 골문이 철옹성처럼 느껴졌다.

후반 이천수의 골이 터진 후 한국의 공격에는 힘이 더해졌지만 더이상 그물을 흔들지는 못했다.

한편 일본은 슬로바키아를 2-1로 누르고 2연승, 8강 고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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