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자에 문을 열다, 화이트 칼라의 벽 허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지난해 6월 삼성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에 참가한 신입사원들이 계열사별 장기자랑 프로그램에서 각자의 재능과 끼를 발산하고 있다.

삼성은 올해 2만6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그룹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보다 1000명(4%) 늘었다. 투자금액이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채용 증가 폭은 크지 않다. 삼성 관계자는 “세계 경기 침체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채용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대졸 신입 9000명, 경력직 5000명, 전문대 졸업자 3000명, 그리고 고졸 사원 9000명을 뽑는다. 고졸 일자리를 지난해 8000명에서 1000명 늘렸다. 올해 늘린 채용 인원 1000명을 온전히 고졸자 일자리를 늘리는 데 배정한 것이다. 고졸 공채 500명에 마이스터고 출신 200명, 수시 채용으로 300명을 추가로 뽑는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고졸 사원을 공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고졸 사원은 학교장 추천을 통해 생산직 위주로 선발해 왔다. 올해부터는 공채 방식을 병행하기로 한 것이다. 고졸 인력의 사회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삼성 관계자는 “고졸 사원이 생산직 이외에도 사무직·소프트웨어직 등 다양한 직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취업 기회를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졸 사원도 ‘화이트 칼라 삼성맨’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삼성은 올 상반기 중 고졸 공채를 통해 500명 이상을 선발할 계획이다. 서류전형·삼성직무적성검사(SSAT)·면접을 통해 뽑은 뒤 입사자의 희망과 계열사별 인력계획에 따라 적합한 직무에 배치한다. 마이스터고 출신은 학교장 추천으로 선발한다. 전국 마이스터고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하며, 삼성은 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2년간 학비를 지원한다. 학생들은 현장실습과 맞춤형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다. 지난해 처음 100명을 선발했는데, 올해는 200명으로 늘렸다.

일반적으로 삼성전자가 삼성그룹 채용 인원의 절반 이상을 뽑는다. 나머지 인원은 ▶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 등 전자 계열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 ▶삼성중공업·삼성토탈 등 중화학 계열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제일모직 등 독립 계열로 배속된다.

대졸 신입 공채는 상·하반기 두 차례로 나눠 실시한다. 대졸자는 별도의 서류전형 없이 3.0 이상(4.5점 만점)의 학점과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회화 성적(계열사별로 다름)을 갖추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열린 채용’ 형식으로 진행한다. 지난해부터 중국어 자격증 보유자에게 가점을 준다. 이어 직무적성검사·면접 등 절차를 거친다. 경력직은 지원서 작성, 전문가 평가, 임원 평가 단계를 거쳐 선발한다. 삼성 관계자는 “일에 대한 열정, 창의적 감성과 상상력, 소통과 협업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인재를 뽑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예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퓨처 크리에이터 챌린지(Future Creator Challenge)’ 전형이다. 소프트웨어·디자인 분야 신입사원의 경우 필기시험 없이 면접만으로 채용하는 특별전형이다. 창의력이 탁월한 인재가 필기시험의 벽을 넘지 못해 불합격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도입했다. 지원자의 재능과 잠재 역량은 각종 대회 수상 실적이나 대내외 활동 경력, 에세이·포트폴리오를 통해 검증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