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줄이고 지역구 나눠 먹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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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기도 용인 기흥구 동백동에선 한나라당 당원 100여 명이 모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이경재)의 선거구획정안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용인 기흥구(2011년 10월 말 인구 36만7700명)를 두 개의 지역구로 나누지 않는 대신 기흥구의 동백동(인구 6만 5000명)을 인근 처인구로 편입시킨다는 정개특위의 여야 협상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용인 기흥구뿐이 아니다. 정개특위의 선거구획정안은 당초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구와 가장 적은 지역구의 편차를 3대1 이내로 한다는 기준에 따라 지역구 8곳을 분할하고 5곳을 통폐합하라는 국회의장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안(그래픽 참조)을 모두 무시해 위헌 시비까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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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인사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 안대로 하면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강세인 지역(영남 -2석, 호남 -1석)의 의석이 줄어든다.

 그러나 정개특위 여야 간사인 한나라당 주성영,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29일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선거구를 인근 선거구로 통폐합시키지 않은 채 경기도 파주시와 강원도 원주시를 갑·을 지역으로 나누고, 세종시를 신설하는 데 합의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이 각 당에 유리한 지역구를 하나씩 늘린 것이다. 파주와 원주의 현역 의원은 각각 한나라당·민주통합당 소속이고, 세종시는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선진당 몫인 셈이다.

 반면 영·호남 지역구는 한 곳도 줄이지 않았다. 또한 지역구는 3석 늘리면서 비례대표 의원 수(현행 54→51석)는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특위는 이를 30일 공직선거법소위와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할 예정이다.

 이 안대로라면 2001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3대1을 넘으면 평등선거에 위배)을 어긴 선거구를 만들게 되거나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 불가피해진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인구가 가장 적은 선거구인 남해-하동(10만4342명)과 가장 많은 용인 기흥구의 편차는 위헌 기준을 넘겨 3.52대1이 된다. 그래서 위헌 시비를 피하려 동백동을 부랴부랴 처인구로 편입하려 한 것이다.

 용인 기흥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은 “여야가 영·호남을 지키려고 게리맨더링에 야합했다”고 반발했다. 민주통합당 김재일 예비후보도 “생활환경이나 주민 정서를 무시한 국회의 움직임에 반발해 주민들이 반대 서명운동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용인 기흥구 외에 ▶천안을(3.04대1) ▶용인 수지(3.03대1) ▶이천-여주(3.01대1) 등도 위헌 선거구가 된다. 그래서 정개특위는 용인 기흥구 동백동처럼 이천-여주에서 여주를 생활권이 다른 가평·양평으로 넘기는 식으로 선거구를 조정하려 한다.

 소위 위원장인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재외국민 선거 일정 때문에 31일 선거구 획정을 마쳐야 하는 만큼 이번에 최소한의 선거구만 조정하려는 것”이라며 “시·도별 인구 편차를 줄이는 선거구 전면 조정은 19대 국회에서 행정구역 개편작업과 더불어 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게리맨더링(gerryman dering)=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부자연스럽게 선거구를 획정하는 일.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 게리(E. Gerry)가 소속 공화당에 유리하게 도마뱀(salamander) 모양의 선거구를 만든 데서 비롯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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