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기업 임원, 각료로 기용하는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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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이성용
베인&컴퍼니 서울사무소 총괄대표

올해 전 세계 29개국이 새 대통령과 총리를 맞이하게 된다. 이들 각국 선거 캠페인의 공통 화두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경제’라고 하겠다. 경제는 특히 미국 대선의 핵심 주제가 될 것이며, 마의 7% 실업률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여부를 결정 짓는 핵심 사안이 될 것이다.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과 러시아·일본에서도 경제가 핵심 선거 요인으로 부상했다.

 올해 대선이 있는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경제·사업 환경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하지만 현재 유망 대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들은 경제를 직접 다뤄본 경험이 없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들이 ‘경제 공부에 나섰다’는 게 최근 화제가 되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전문가와 참모진이 필요하다. 비록 경제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럼에도 혼돈기에 국가를 훌륭히 이끈 위대한 리더의 공통점이 바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해 주는 전문가와 참모진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경제 전문가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기업에 새로 부임한 최고경영자(CEO)가 겪는 것과 유사한 문제다. 회사를 이끌어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지식과 세부 정보를 알고 있는 CEO는 없다. 주변에 적절한 인재들을 두어 참모 역할을 하도록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리더는 험난한 경제 상황에서 국가를 성공적으로 이끈 리더들로부터 어떤 점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

 첫째로 5년 또는10년 전에 시장에 몸담았던 사람이나 학계 출신이 아닌, 오늘날의 자본시장과 경제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을 기용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한국과 미국은 근본적인 시각이 다르다. 미국이 골드먼 삭스의 고위 임원을 내각에 배치하는 이유도 다름아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특히 금융시장은 너무나 빨리 변하기에 관료나 학계 출신이 전문가가 되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

 둘째로 한국 금융시장의 해외 의존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해외 경험을 갖춘 인력의 중요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은 해외 사업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차기 경제를 이끌 리더도 글로벌 마인드를 지녀야 한다. 풍부한 해외 경험을 가진 인력을 국내에서는 쉽게 확보하기 어렵다면, 차기 대통령은 경제팀 내 글로벌 문제를 담당할 해외 전문가를 임명함에 있어 세계를 살피는 식의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셋째는 내각의 안정화다. 내각 교체가 잦다 보니 정책이 자주 바뀌어 무엇 하나 끝까지 완수하기가 어렵다. 경제 내각을 구성하는 인물들 간 손발이 척척 맞아야 하는데 이것 역시 쉽지가 않다. 주변 환경이 계속 변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수시로 인물이 바뀌다 보니 급변하는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만한 팀워크가 짜이지 않기 때문이다. 몇 달이 멀다 하고 내각을 교체할 것이 아니라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처럼 몇 년 동안 임기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다른 국가에서도 하는데 우리라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금 거론되는 대선 후보 모두 인격적으로 훌륭한 리더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본다. 하지만 위대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참모진을 옆에 두어야 한다. 이들의 재능과 팀워크가 한국 경제의 조타수가 될 것이다.

이성용 베인&컴퍼니 서울사무소 총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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