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가족회의 통해 기업가 마인드 심어줘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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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호 10면

가업승계라는 말은 ‘가족기업의 승계계획(succ ession planning for family business)’이라는 경영학 용어의 준말에 해당한다. 후계자가 될 2세의 경영능력과 품성을 키우기 위한 준비가 절실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당연한 듯하면서도 실천이 잘 되지 않는 것들을 짚어 보고자 한다.

가업승계 성공하려면

첫째, 기업을 물려주겠다는 의지, 또 물려받아 잘 운영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이 필요하다. 가업승계는 부(富)의 이전임과 동시에 창업세대 기업가 정신의 계승이다. 그만큼 핵심 기술이나 경영노하우·암묵지의 이전이 중요하다.

둘째, 2세의 근면·검소한 생활태도가 필수다. 수백 년간 만석꾼의 부를 유지한 조선시대 경주 최 부자의 6훈(가훈) 중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는 것이 있다.
셋째, 어릴 적부터 2세에 대한 철저한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족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가족회의를 정기적으로 열어야 한다. 쉬운 이야기 같지만 이러는 곳이 국내에는 거의 없다. 서양의 가족기업들엔 200년 넘게 생활화돼 있다. 가족계획은 가족의 역사를 돌이키고 향후 비전과 사명이 담겨 있다. 가족회의는 가족계획을 공유하고 가족의 정체성과 가치관·전통을 확립해 나가는 자리다. 체계적인 가업승계 준비는 장수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2대까지는 후계자 분란이 없다가도 3대 때 가면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선 가업승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부의 대물림’ 자체를 곱게 보지 않는다. 자격 미달인 2세 경영자의 잘못은 잘나가던 회사를 단숨에 망가뜨리고 많은 직원을 실업자로 만든다. 원만한 가업승계는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인식을 뿌리내리도록 해 줘야 한다. 2세 스스로 물려받은 것에 안주하지 말고 전문경영인,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끝없이 스스로 채찍질해야 한다.

가족기업은 가정의 화목과 조화가 필수적인데, 이 또한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잘 관리되지 못하는 부분이다. 타협과 관용의 정신은 어머니의 역할이 크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신뢰 구축을 이룬 2세들은 기업 지속발전의 주인공이다. 그렇지 못하면 재앙이 된다. 크고 작은 수십만 사업체가 2세 승계로 고민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수요에 효율적으로 부응할 조직, 가칭 ‘가업승계진흥원’의 설립도 검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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