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SNS 테러정보 실시간 감시 앱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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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 연방수사국(FBI)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게시물을 무차별적으로 긁어와 분석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SNS 게시판을 통해 테러범 모집이 진행되는 등 테러와 SNS가 연관이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에서다.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FBI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정부 조달사업 웹사이트(www.fbo.gov)에 ‘소셜 미디어 애플리케이션’ 개발 사업자 모집공고를 냈다. 애플리케이션의 운영 주체는 FBI 산하 전략정보작전센터(SIOC)다.

 BBC는 “FBI가 개발하려는 앱은 ‘매시업(mash-up)’ 기술을 기반으로 각종 포털 및 SNS 사이트의 정보를 긁어다가(scrape) 감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시업 기술은 서로 다른 웹사이트의 콘텐트를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구글 맵에 여행정보나 부동산 시세를 접목시키는 것을 말한다.

 FBI가 매시업 기술을 인터넷 감시에 이용한다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있는 글을 감시하는 것은 물론 그 글을 쓴 사람의 위치와 신상까지 파악할 수 있다. FBI는 조달사업 웹사이트에 올린 개발 요구 조건에서 트위터·페이스북·마이스페이스 등 SNS 사이트는 물론 CNN·FOX뉴스·MSNBC 등 언론사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모니터링의 대상은 이들 예시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 워싱턴 소재 사생활 침해 감시단체인 전자사생활정보센터(EPIC)의 릴리 코니 부소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FBI가 수사권도 없이 SNS를 감시하는 것은 웃긴 일”이라며 “수사에 필요하면 영장을 발부받으면 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런던에 있는 사생활보호단체 프라이버시인터내셔널의 거스 호세인 회장 역시 “(FBI의 모니터링은) 타깃 인물과 연관된 사람들까지 무더기로 사찰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FBI 측은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공개해 둔 정보를 가져오는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모집공고에서 FBI는 “공개로 설정된 SNS만을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다. FBI의 공고가 나가기 3주 전 미 국토안보부 역시 ‘소셜 미디어 모니터링과 사생활 문제’라는 보고서를 내 모니터링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보고서에서 국토안보부 측은 “(모니터링하는) SNS 게시물은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사용자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용자가 스스로 공개한 정보인 만큼 이를 긁어서 분석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검색포털 구글이 산하 지메일·유튜브·구글플러스 등 60여 개 서비스의 개인정보를 하나로 통합 관리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외신들은 정부에서는 FBI, 재계에서는 구글 등 ‘빅브러더(Big Brother·정보 독점 거대 권력자) 쌍두마차’의 대두 가능성을 경고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구글은 3월 1일부터 ‘사용자의 취향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 정보를 통합 관리한다. 정보기술(IT) 웹사이트 지디넷의 래리 디그넌 편집장은 “구글은 사용자가 로그인한 모든 것을 추적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제2의 위키리크스 사태’를 방지하겠다며 정부 기밀의 빗장은 더욱 걸어잠그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클래퍼 DNI 국장은 26일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모임에 참석해 “기밀문서 유출을 막을 분명하고도 진지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며 “외교전문에 붙이는 디지털 태그(tag)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기밀문서 보안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클래퍼 국장의 발언을 두고 “위키리크스의 미 외교전문 유출 사태에 따른 교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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