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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법칙’ 적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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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국희
법무부 서울동부보호관찰소 관찰과장

학교폭력이 일상화하면서 상당수 학생들이 폭력 불감증에 빠져 있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매 사건 발생 뒤 교칙에 따른 엄정한 조치를 취했는가” “사전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가” “폭력사건 뒤 양쪽 학생과 보호자와의 합의 문제와 재발 방지 대책은 강구했는가” 등이다.

 이 모든 조치는 학교와 교사가 앞장서서 해야 한다. 작은 비행부터 철저히 차단하고 예방하는 주체는 분명히 학교이며 교사이기 때문이다.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깨진 유리창 법칙’, 즉 “시작부터 조금씩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면 큰 사건으로 번질 것”이란 점을 되새기며 교사들이 학칙에 입각한 원칙을 세워 단호한 생활지도로 학생들을 이끈다면 학교폭력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보호관찰소에 넘어온 청소년들의 사연을 살펴보면 친구 간 순간적인 감정 불만으로 생긴 단순한 다툼인데도 보호자가 한밤중에 경찰관서에 신고해 친구가 입건되고 재판까지 가게 된 일이 적지 않다. 일단 입건된 뒤에는 담임교사가 수습을 시도해도 소용없을 때가 많다. 이 때문에 교육적 해결의 기회를 놓치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만일 학생·학부모가 학교와 교사를 믿는다면 피해자 부모도 성급히 관할 지구대에 신고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과 부모는 일단 학교에 먼저 알리고 충분히 논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학교 폭력의 예방·치료는 교육의 권위자인 교사들에게 맡겨야 한다.

이국희 법무부 서울동부보호관찰소 관찰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