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출사표 낸 조윤선, 정세균과 맞대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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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조윤선(左), 정세균(右)

서울 한복판의 총선 대결구도가 짜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비례대표인 조윤선 의원은 26일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성남 분당을 출마를 검토해오던 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회견을 열어 “정치에 입문한 뒤 저의 모든 관심은 ‘어떻게 하면 문화가 살아 숨쉬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였다”며 “그 꿈을 종로에서 펼쳐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미 민주통합당에선 정세균 의원이 호남에서 이곳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전북 무주-진안-장수에서 4선을 기록했던 정 의원은 민주당 대표를 지낸 야권 중진이다. 조 의원은 그런 정 의원과 비교했을 때의 장점으로 ▶세대교체 ▶참신함 등을 앞세우고 있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는 여야 모두에 상징적인 지역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1996년 15대 국회에서 모두 이 지역 의원을 지냈다. 15대 총선 당시엔 신한국당 후보였던 이 대통령이 당선됐고, 꼬마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노 전 대통령이 3위를 했다. 2위는 국민회의 이종찬 후보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면서 열린 98년 보궐선거 때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됐었다.

 지난 18대 총선에선 박진 의원이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누르며 야당의 기세를 꺾었다. 매 선거마다 양당의 승패가 걸린 격전이 벌어진 지역인 셈이다. 중선거구제로 치러진 85년 2·12 총선 때는 신민당 이민우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며 2위로 당선돼(1위 민정당 이종찬, 3위 민한당 정대철) 민주화 운동을 기폭시킨 곳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여야 모두 전략 공천 대상 지역으로 거론하고 있어 조 의원이 반드시 공천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조 의원은 한나라당 최장수 대변인(2008년 3월~2010년 1월)을 지낸 이력에 인근 중구의 나경원 전 의원과 ‘여성 벨트’를 형성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카드라는 게 중론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한동안 정치적 동면에 들어갔다가 최근 서서히 활동을 재개하며 총선에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조 의원은 회견에서 “종로는 청와대를 품고 있어 단순히 의석 한 석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잘 안다. 젊고 따뜻한 에너지로 야권의 거물 정치인과 맞서려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의 종로 공천이 현실화되면 정 의원과는 초선 대 중진, 여성 대 남성 등의 구도로 관심을 끄는 대결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정세균 의원 측 관계자는 “조 의원이 정치 1번지인 종로에 여당 후보로 나오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견제구를 던졌다. 조 의원이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온 데 대해선 “다선 중진임에도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정 의원에겐 통하지 않는 구호”라고 주장했다.

 중구의 경우 민주통합당은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호준 지역위원장과 김인원 변호사 등 4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그러나 한나라당 ‘여성 벨트’가 가시화되면 전략 공천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하·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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