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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 재기 노린 첨단액션물〈에이디 2000〉

중앙일보

입력

저우룬파(周潤發).청룽(成龍).리롄제(李連杰)등을 앞세운 홍콩 영화의 기세는 1990년대 초반까지 할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좀처럼 무너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할리우드로 옮긴 후 홍콩 영화는 여태껏 한국에서 할리우드와 한국 영화의 상승세에 눌려 이렇다할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리롄제의 〈정무문〉으로 친숙한 천자상(陳嘉上)감독이 내놓은 〈에이디 2000〉은 이런 질곡 속에 있는 홍콩 영화의 재부흥을 노리는 듯 50억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하고 현란한 액션과 사이버 첩보전까지 가미했다.

가수 겸 배우로 홍콩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궈푸청(郭富城)이 주연을 맡은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컴퓨터 게임의 귀재인 피터(궈푸청)는 순수한 청년이다. 하지만 그를 물심 양면으로 지원하던 형 그레고리(여량위)가 컴퓨터 오작동으로 인한 비행기 격추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다.

체포된 그레고리가 CIA로 호송되던 중 테러단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자 이를 현장에서 목격한 피터가 형의 불명예를 풀기 위해 액션전사로 나선다.

저우룬파와 청륭을 섞어놓은 것 같은 연기를 선보이는 궈푸청은 50층 건물에서 격투를 벌이다 추락하는 장면과 아슬아슬한 자동차 추격전을 대역 없이 해내며 후반부로 갈수록 빛을 발한다.

또 홍콩.싱가포르 정보국과 공군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은 장면이 영화 스케일을 부풀린다.

인물 설정에 급급한 도입부가 지루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개성있는 인물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레고리의 애인으로 처음엔 악당의 편에 서서 피터를 궁지에 몰아넣지만 결국 마음을 돌리는 샐리나(곽비려)가 지적인 얼굴로 주목을 끈다.

대사 한마디 없지만 전멸된 악당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유유히 사건 현장을 빠져나가는 악당 킬러의 표정 연기를 놓치지 말 것.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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