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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의 그림자 - 패트리샤 아퀘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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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한 혈기를 억누르며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던 어느 여름날. 잠시 우리를 뛰쳐나온 토끼 마냥 이곳 저곳을 싸돌아 다니다 청계천 부근의 허름한 개봉관에서 토니 스콧 감독의〈트루 로맨스〉란 영화를 처음 만났다.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었기에 그리 큰 기대도 하지 않았던 〈트루 로맨스〉는 생각보다 끝내줬다.(이미 알려졌듯 세계영화사를 뒤흔든 쿠엔틴 타란티노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 중 한편이다. 자신이 직접 감독할 계획이었다고)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알라바마'의 상큼한 매력은 관객들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했다.

화끈한(?) 신세대용 영화〈트루 로맨스〉의 여주인공은 다름 아닌 '팜므파탈'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패트리샤 아퀘트(Patricia Arquette).

그녀는 가족 전체가 연예계로 활동중인 집안에서 자랐다. 수잔 세이들먼 감독의〈수잔을 찾아서〉와 뤽 베송의〈그랑블루〉, 그리고 데이빗 크로넨버그의〈크래쉬〉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로잔나 아퀘트가 바로 그녀의 언니. 할아버지 클리프는 라디오 스타였으며 즉흥 연기의 선구자인 아버지 루이스는 현재까지 영화를 찍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쇼비지니스 집안에서 자란 셈이다.

뿐만 아니라 다섯 남매 모두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첫째 로잔나 아퀘트는 가장 먼저 연기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어 로잔나보다 네 살 아래인 패트리샤 아퀘트도 연기자로 데뷔, 이제는 언니보다 더욱 빛나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녀는〈트루 로맨스〉에서 풍선껌을 불어대는 앳된 창녀로 주목받은 이래 팀 버튼 감독의 〈에드우드〉와 숀펜 감독의〈인디안 러너〉, 데이빗 린치 감독의〈로스트 하이웨이〉등을 통해 섹시함과 천진함을 동시에 갖춘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비욘드 랭군〉은 다소 예외적인 작품.

존 부어맨 감독의 〈비욘드 랭군〉은 그녀의 연기생활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했다. 가족을 잃고 상심한 여의사 로라는 군부독재에 맞선 아웅산 수지를 중심으로 하는 혼란한 정치상황에 몸을 맡긴다. 88년 미얀마 민주화 항쟁을 다룬 〈비욘드 랭군〉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야당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에 대한 일종의 '오마쥬'같은 작품이다.

〈스티그마타〉는 개봉 첫 주에〈식스 센스〉의 돌풍을 잠재우며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로 평론가들의 십자포화에도 불구, 관객들에겐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특히, 이 영화는 내용상 교회 체제를 부정하는 듯한 설정 때문에 로마 교황청에서 상영금지 결정을 내리는 등 큰 논란을 빚었다.

전(前) 남편 니콜라스 케이지와 함께 출연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비상근무〉는 뉴욕시의 병원에서 10년간 구급요원으로 일한 조 코넬리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현대 미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의 세기말적 비전을 엿볼 수 있다.

최근작〈굿바이 러버〉는〈킬링필드〉와〈미션〉등으로 아카데미와 칸을 정복했던 롤랑 조페 감독의 스릴러물. 신성한 교회에서 농염한 정사를 벌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나 악녀로 등장하는 패트리샤 아퀘트가 살인을 하고 나서도 '사운드 오브 뮤직'을 과장된 모션으로 부르는 모습 등은 가히 충격적이다. 하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묻어나는 감수성은 바로 '유쾌함'이다.

"나는 좋은 영화에 대한 욕심이 많다. 비록 내 역이 비중이 적다고 해도, 그리고 내가 적임이 아니라도 말이다. 〈비욘드 랭군〉에서 로라는 유머 감각이라고는 전혀 없고 육감적이지도 않은 캐릭터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욕심이 났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여성. 이런 연기를 한다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었다." 〈패트리샤 아퀘트〉

〈굿바이 러버〉홈페이지

http://www.goodbyelover.co.kr/

패트리샤 아퀘트 팬클럽

http://freespace.virgin.net/sky.walker/patarqu.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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