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시작하는 우리 아이 경제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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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북구도서관에서 진행된 ‘경제놀이터’ 강좌에 참가한 노형준군과 엄마 서연옥씨가 경제보드게임으로 용돈 관리 방법을 익히고 있다. [김진원 기자]

설날은 친인척들에게 세배를 하고 받은 세뱃돈으로 자녀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지는 때다. ‘자녀의 세뱃돈=엄마 쌈짓돈’이 되어선 안 될 일. 베네세 코리아가 아이챌린지 웹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900명 중 1422명(75%)이 ‘아이 이름으로 적금을 시작하겠다’고 답했다. 자녀를 똑똑한 경제인으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 세뱃돈으로 자녀의 경제교육을 하겠다는 의미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설날 세뱃돈 50% 이상은 목표 위해 저축해야

20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북구도서관 평생학습실에서 초등생과 학부모 10여 명이 경제교육을 받고 있었다. 설날을 나흘 앞둔 터라 세뱃돈과 더불어 경제교육 보드게임을 하며 용돈관리 방법에 대해 배웠다. 경제교육지도사 지현희 강사가 학생들에게 세뱃돈을 받으면 뭘 하고 싶은지 묻고 ‘갖고 싶은 것’과 ‘꼭 필요한 것’에 대해 목록을 적게 했다. 김성수(인천 대정초 4)군은 다른 해엔 세뱃돈의 90%를 저축했지만 갖고 있던 야구배트가 휘어져 사용할 수 없게 돼 올해는 세뱃돈으로 살 계획이다.

지 강사는 김군에게 야구선수가 꿈인지 물었다. 그는 “꿈이나 진로를 위한 자기 계발과 관련이 없다면 세뱃돈의 50% 정도는 저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소비는 30% 정도가 적당하다. 지 강사는 “부자들의 소비습관을 보면 소득 중 소비 지출이 30%를 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강호(서울 갈산초 3)군은 노트북을 갖고 싶어 한다. 김군은 "세뱃돈으로 11만원 정도 받을 것 같지만 노트북이 비싸 해마다 세뱃돈을 모아야겠다”고 말했다. 지 강사는 “장기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쓸지 계획해 1년 이상 정기적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녀의 돈이니까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이 기회에 경제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끔 생기는 돈도 장·단기 목표 세워 관리

세뱃돈 때문에 부모에게 불만을 갖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에듀머니 제윤경 대표는 “세뱃돈처럼 가끔 생기는 돈은 장·단기 목표를 세워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기 목표는 예컨대 대학생이 돼 유럽 배낭여행을 가려고 돈을 모으는 식이다. 『떼굴떼굴 돈 굴리기』의 저자인 문성민(34)씨는 초등 6학년 때 받은 세뱃돈 9만원으로 자기 이름이 새겨진 주식통장을 만들어 8억원의 자산을 만들었다.

단기 목표는 그때그때 즐거운 소비 경험을 할 수 있어 저축에 대한 의욕을 높일 수 있다. 세뱃돈을 2~3년 모아 갖고 싶은 전자기기를 사거나, 용돈 일부를 5개월 정도 저금해 입고 싶은 옷을 사는 식이다. 자녀가 세뱃돈을 저축할 때는 유의할 점이 있다. 제 대표는 “저축한 세뱃돈을 쓸 때 생길 즐거움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들고 기대가 현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부모가 적절히 지도를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축·이자 개념 아는 열 살 ‘아이통장’만들길

세뱃돈은 자녀의 경제교육을 시작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경제교육기업 어린이세상 박원배 대표는 “자녀가 초등 저학년이라면 세뱃돈을 저금통에 넣어 채워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저축의 개념을 가르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신 돈 넣는 구멍이 4개인 저금통을 고른다. 은행 저축, 취미생활, 가족선물, 이웃돕기처럼 각 칸에 저금하는 목적을 적는다.

자녀가 어리면 놀이를 통해 경제 개념의 기초를 경험하게 한다. 쇼핑놀이는 마트 전단에서 학용품이나 장난감·과일 등의 사진을 오려 진열한 후 엄마와 아이가 역할을 나눠 사고파는 놀이를 한다. 박 대표는 “아이가 가진 돈의 한도 내에서 물건을 사보게 해 현명한 소비 습관을 배우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놀이를 할 때는 직접 통장을 디자인해 첫 장에 자신이 돈을 모아 이루고 싶은 소원을 쓰게 한다. 그는 "왜 저축을 해야 하는지, 은행이라는 기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초등 3~4학년이면 세뱃돈을 은행에 저금하게 한다. 박 대표는 “통장을 만들어 주는 최적의 시기는 저축과 이자의 개념을 아는 10살”이라고 말했다. 이때 반드시 ‘엄마 통장(예금주 자녀, 저축 엄마)’이 아닌 ‘아이 통장(예금주, 저축 모두 자녀)’이 돼야 한다. 엄마가 매일 소비한 내역을 불러주고 아이가 가계부를 쓰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 부모가 통장을 만들어주지 말고 직접 개설하게끔 지도한다. 이와 함께 자동화기기에서 현금 입금과 출금도 연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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