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사냥은 기다림의 미학”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54호 11면

지난해 12월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3회 국제매사냥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박상현씨. © 박상현

회사원 박상현(35)씨에게 매는 삶이다. 꼬마 때부터 매가 좋았다. 공군사관학교가 청주에 있던 시절, 생도를 대상으로 성무응방을 운영하던 박규섭 교관을 만나러 부모님을 설득해 청주로 내려갔을 정도였다. 영국의 중학교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을 때 매사냥으로 유명한 캔쿤 지역을 선택한 것도 그로서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국제팰콘러니협회(IAF) 회원으로서 2011년 12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3회 국제매사냥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고 돌아온 그를 강화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을 맹금류 재활치료사로 불러 달라고 했다.

맹금류 재활치료사 박상현씨

-왜 응사 대신 재활치료사란 명칭을 쓰나요.
“저도 응사란 명칭을 쓰고 싶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매사냥이 법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법과 야생동물보호법에 의해 금지되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외국 매를 수입하기도 그렇고. 제도적으로 보장된 응사제도가 생기면 그때는 뭐.”

-치료사로서 어떤 활동을 합니까.
“저는 매사냥이 가능한 영국·오스트리아·체코 등에서는 매사냥을 하고, 국내에선 다친 맹금류를 치료하며 그들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활훈련을 시킵니다. 재활훈련의 마지막 과정이 매사냥입니다. 먹이를 스스로 잡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죠.”

-지난해 12월 한국전통매사냥협회의 대전 시연회에 이어 오늘 강화에서 두 번째 시연을 보았습니다. 소감은.
“어려운 여건 하에서 우리 매사냥에 대한 대중 인식을 높이고, 한국 매사냥의 존재를 확인시킨 업적에 찬사를 보냅니다. 사실 저는 매사냥이란 용어를 싫어해요. 수렵시절 생활의 방편으로 이어온 매사냥이 이 시대에는 맞지 않죠. 그저 야생조류탐조(Bird Watching)의 일환으로 좀 더 가까이서 맹금을 보고 관찰하는 일종의 취미생활이라고 할까요. 회사원이지만 취미와 호기심 차원에서 맹금류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 전문가와 교류하게 되고, 아부다비에도 초청됐습니다. 매사냥 전통에 대한 연구와 자료 발굴은 이어져야 하겠지만 매사냥 기술은 좀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선진화된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매사냥이 막상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는 등재됐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대안은.
“아부다비에서 각국 관계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유네스코에서 등재국의 매사냥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 정비와 지원책을 준비하려고 한답니다. 우리나라는 정부나 매사냥 관계자, 일반 국민 모두 매사냥에 대한 관심이 아직은 부족합니다. 유네스코 등재는 기회입니다. 저도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할 생각입니다.”

-매사냥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대전제는 생명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입니다. 맹금은 다른 작은 동물의 생명을 거둬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습니다. 생태계 먹이사슬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죠. 맹금이 살아 있는 환경은 건전한 생태계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맹금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일이 최우선입니다. 맹금이 사냥하는 동물도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유해 조수를 선택한다면 동물의 생명윤리를 옹호하는 단체들에 위안이 되겠죠. 매사냥은 기다림의 미학입니다. 국민의 관심과 호응이 있을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지요. 그러나 매사냥에 대한 법규나 제도는 형평성 있게 보완되어야 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