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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유니폼 입은 김병현 “저, 이상한 놈 아니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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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병현 선수가 20일 열린 넥센 입단식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들이 나에 대해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있는 건 알고 있어요.”

 잠시 머뭇거리던 김병현(33·넥센 히어로즈)이 슬며시 미소를 보였다. “저 그렇게 이상한 놈 아니에요.”

 12년 만에 국내 프로야구로 돌아온 메이저리거 출신 투수 김병현은 ‘악동’이란 이미지부터 바꾸고 싶어 했다.

 미국 LA에 머물던 김병현이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곧바로 하얏트 리젠시 인천호텔로 옮겨 등번호 49번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김병현은 “1월 초 미국으로 건너가 개인훈련을 했는데 예전과는 느낌이 달랐다. 허전하고 긴장감이 전혀 없었다. 그냥 마운드에 올라 기분 좋게 공을 던지고 싶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김병현은 ‘악동’이라는 이미지가 남아있다. 화려하게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그는 짧은 전성기를 누린 뒤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김병현은 1999년 2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금 225만 달러를 받고 입단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최고의 계약금이었다.

 애리조나의 마무리 투수로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 그는 2003년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했다.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김병현은 야유하는 팬을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듬해부터 김병현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7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 예비엔트리에 올랐지만 “여권을 분실했다”며 하와이 전지훈련에 합류하지 않았고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그는 이후 미국 독립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2군(라쿠텐 골든이글스)을 전전했다.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에서 현대가 획득한 ‘김병현 지명권’을 승계한 넥센이 2년여 구애 끝에 그를 영입했다.

 김병현은 “(박)찬호형은 예전부터 한국에서 뛰고 싶어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 넥센은 나와 비슷한 편견에 시달리는 팀이더라. 나도 넥센이 주차장에서 훈련하고 선수들 월급도 못 주는 팀이라고 오해했다”고 했다. 이어 “넥센이 좋은 조건(계약금 10억원·연봉 5억원·옵션 1억원)을 제시했다. 오해가 풀렸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아내와 어머니가 무척 좋아하신다”고 덧붙였다.

 그가 넥센에서 받은 49번은 애리조나 시절 등번호다. 김병현은 “내가 가장 잘했던 시기에 달았던 번호라 팀에 요청했다”고 했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구단과의 마찰을 각오하고 선발을 고집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김시진 감독님과 팀이 원하는 보직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하남직 기자

입국하자마자 입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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