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 공격 급하지 않다” 갑자기 한발 물러선 이스라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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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에후드 바라크(左), 마틴 뎀프시(右)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싸고 이란과 서방이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기존의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에 따르면 에후드 바라크(Ehud Barak)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 핵시설 공격과 관련한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이와 관련된 모든 것은 먼 장래의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 공격에 관해 추측해서 얘기하지 않겠다. 긴급한 게 아니며 마치 내일 당장 일어날 것처럼 말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지난해 말 “이란이 조만간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며, 이스라엘이 군사적 행동을 취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입장이 누그러진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에 대해 대(對)이란 정책을 놓고 최근 미국과 미묘한 갈등을 보였던 이스라엘 정부가 외교적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외신들은 바라크의 발언이 마틴 뎀프시(Martin Dempsey) 미 합참의장의 이스라엘 방문 직전에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뎀프시는 19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자제하도록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바라크는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해 양국(이스라엘-미국)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맹관계는 느슨하지 않다”고도 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가 삐걱거린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주는 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태도가 다소 완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핵 문제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를 보여 왔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15일 “영국과 프랑스가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취하는 데 반해 미국은 유가 인상을 우려해 머뭇거리고 있다”며 “경제상황이 안 좋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올해 말 치러지는 대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정부도 이 같은 이스라엘의 불만을 의식한 듯 이란에 대한 강경한 제재 방침을 강조했다.

 이란 역시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터키를 방문 중인 이란의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외무장관은 19일 현지 NTV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원한다”며 “과거 이란이 주요 해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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