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전철환총재 일문일답]

중앙일보

입력

한국은행 전철환(全哲煥)총재는 7일 "국제유가 급등 등의 영향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9월중 콜금리를 현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제유가 급등 등 대내외여건이 크게 변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은 불안심리가 점차 진정돼 가고는 있으나 아직도 구조적 취약성이 개선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전총재와의 일문일답.

- 금통위원들이 콜금리를 이달중에 올리지 않는 대신 다음달에는 올리기로 합의한 것 아니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앞으로 있을 일을 벌써부터 예단해서 할 필요가 있느냐. 그때가서 금통위를 열어 결정할 문제다.

- 시장에서는 1∼2주전부터 한은이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도 금통위가 오늘 콜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이는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좋은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닌가.

▶최근 일주일동안 국제유가 급등이라는 외부의 큰 충격이 발생했다. 국제유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현재 경제성장기조가 둔화되고 국제수지도 악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유가 급등으로 인해 불안징후가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와함께 의보수가 인상도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이에따라 금통위원들은 유가추이를 지켜본뒤 금리를 인상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 금통위가 열리기 전날인 어제 진념(陳稔)재경부장관이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했는 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일이 자주 있어서 대단히 유감이다. 진장관이 그처럼 말하면서 희망사항 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금리인상여부는 금통위의 고유권한이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 진장관에게 발언취지에 대해 진위를 파악했나.

▶금리인상 여부는 금통위의 고유 권한인데 뭐하려고 하나.

- 진장관과 어제 만난 걸로 아는데 진장관이 그때도 이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했나.

▶밝힐 수 없다.

- 오늘 금통위에서 정회까지 하며 금리인상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인 것이 채권 시장에 혼란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나.

▶아니다. 통화신용정책 수립과 전달경로는 투명했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은 규모도 작고 불안정해 상당히 경직돼 있다. 정부는 채권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다음달에는 금리를 올릴 것인가.

▶그때 가서 결정할 문제다. 유가 강세가 지속될 경우에는 경제성장률과 국제수지 등 거시경제변수를 다시 한번 점검해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오늘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리자는 금통위원은 없었나.

▶금통위 회의내용은 3개월뒤에 공개되니까 그때 확인하라.

- 한은이 이번에 물가정책을 놓고 정부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야 했다고 생각하지 않나.

▶최근 일주일 사이에 배럴당 28∼29달러 하던 국제유가가 30달러를 돌파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진 것이 사실이다. 정부나 한국은행도 국제유가 때문에 판단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금통위도 유가의 움직임을 좀 더 두고보자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연합뉴스) 전준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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