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시간탐험 (13) - 찰머스 '30'을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1910년 찰머스 자동차의 사장이자 열렬한 야구광이었던 휴 찰머스는 최고의 선수를 뽑고 싶어했다.

결국 찰머스가 생각해 낸 것은 양대리그를 통틀어 그해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선수에게 자신의 회사에서 생산해내는 최신형 자동차인 '찰머스 30(Chalmers 30)
'을 수여하는 것이었다.

찰머스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찰머스상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내야수와 외야수는 350타수, 포수 250타수, 그리고 투수는 100타수 이상으로 제한했다.

시즌 막바지인 9월이 되자 찰머스상의 후보는 두명으로 압축됐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타이 콥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냅 라조이.(Ty는 Tyrus, Nap은 Napoleon의 애칭)

각각 3할6푼7리와 3할3푼9리의 통산타율을 자랑하는 콥과 라조이는 9월 16일까지 각각 3할6푼8리와 3할5푼7리를 기록하고 있었다.

자동차와 명예를 향한 그들의 짐념은 대단했다.

콥은 9월 18일(이하 한국시간)
부터 시즌 최종일의 전날인 10월 9일까지 47타수 25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타율을 3할8푼3리까지 끌어올렸다. 라조이의 막판 스퍼트 역시 무서웠다. 라조이는 같은 기간동안 54타수 30안타를 치며 3할7푼6리까지 따라붙었다.

1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7리 차이.

간단히 말해 결과는 라조이의 패배였다. 마지막날 라조이는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와의 경기에서 8타수 8안타를 기록하며 불가능에 도전했지만 결국 콥에 1리차가 뒤져 패하고 말았다. 타이 콥 3할8푼4리, 냅 라조이 3할8푼3리.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독자들은 비록 2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최선을 다한 라조이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비열한 음모가 있었다.

당시 '그라운드의 외로운 늑대', '방망이를 든 난봉꾼' 등으로 불렸던 타이 콥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 그를 벌레보듯 했던 기자들은 언제나 콥을 이기적인 선수로 묘사하며 독설을 퍼부었다.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의 감독인 잭 오코너 역시 '찰머스 30'이 콥에게 돌아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오코너는 자기팀 3루수인 레드 코리던에게 엄청나게 깊은 수비를 지시했고, 그날 라조이는 8안타 중 7개를 3루수 앞 번트안타로 뽑아냈다.

휴 찰머스는 타이 콥과 냅 라조이 모두에게 차를 선물했다. 그리고 이듬해부터는 최고선수의 선정 방식을 '자신의 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로 바꿨고 이것이 오늘날의 MVP상이 됐다.

예나 지금이나 왕따는 무서운 것이다.

Joins.com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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