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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3각 경기하는 ‘전자책’ 시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e-북(전자책)'' 열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를 둘러싼 당사자간의 신경전도 예사롭지 않다. 바야흐로 e-북 전성기를 앞둔 출판계와 벤처 기업, 정부 등 관계자들의 디지털 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북토피아(http://www.booktopia.com), 골드북 닷컴(http://www.goldbook.com), 예스24(http://www.yes24.com) 등 국내의 주요 e-북 서비스 업체는 경쟁적으로 중견작가들의 신작소설을 e-북으로 출판하며 시장선점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북 솔루션스(http://www.ebooksolutions.com)와 이키온(http://www.echyon.com) 등 솔루션 개발 업체들은 자사의 제품 알리기에 분주하다. [►표 참조]

또한 출판계는 새로운 디지털 출판환경의 도래에 적잖이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작가들과 개정된 저작권법을 놓고 인세와 전송권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정통부와 문광부는 e-북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힘겨루기 마저 예상되는 등 e-북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은 시장이 성숙될수록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북이란 무엇인가

e-북은 기존의 아날로그 매체인 책을 대신해 PC나 PDA, 전용단말기 등을 통해 다양한 내용을 볼 수 있는 ‘디지털화된 책’이라고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인터넷에 접속해 소설을 PC에 내려 받아 읽는 수준이지만 이는 e-북 활용의 한 부분일 뿐이다. 점차 기존 책처럼 휴대성과 가독성을 높인 전용 단말기 쪽으로 자리바꿈 할 것으로 보이며 콘텐츠 역시 소설이외의 다양한 장르를 포함할 전망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e-북 비즈니스가 해외에서는 누보미디어의 로켓 e북(1998년 10월), 소프트북 프레스의 ‘소프트 북’ 등 하드웨어 중심의 e-북 전용 단말기를 주축으로 시장이 발전한 반면 국내에서는 e-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열람용 뷰어(Viewer)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의 개발 업체들도 전용단말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올 연말부터는 본격적인 e-북 단말기 경쟁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종이책을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는 단말기의 개발 여부가 e-북 사업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러시… 우리는 ‘e-북’으로 간다.

e-북과 가장 밀접한 곳은 단연 출판계이다. 출판계는 올해를 전자책의 원년으로 삼고 e-북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활성화를 위해 골몰하고 있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중심이 되어 준비하는 ‘한국전자책컨소시엄(EBK, e-Book Korea)’과 한국출판인회의 진영의 ‘북토피아(http://www.booktopia.com)’ 이다.

한국전자책컨소시엄(위원장 김경희)은 지난 5월 26일 출판계 5개 단체(한국전자출판협회,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연구소, 대한인쇄문화협회, 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e-북 전문 업체 8개사(바로북닷컴, 북토피아, 에버북닷컴, 예스24, 와이즈북닷컴, 이북솔루션스, 이키온, 한국전자북)가 모여 구성한 단체로 7일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컨소시엄은 연말까지 10억원을 투입해 e-북의 마스터플랜을 마련한다는 계획으로 e-북 콘텐츠 표준화 연구· 공용 저작 툴 및 열람용 뷰어 연구· 보안 표준 및 단말기 표준화 연구· 판매 및 배포 방법 표준화 연구 등의 세부 운영 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한국전자책컨소시엄의 백 원근 간사는 “EBK가 펼치는 e-북 사업이 인터넷상에 고급 콘텐츠를 뿌리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스러운 일이나 공급자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출판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대안이자 e-북 사업에 대한 종합적 논의기구의 필요성으로 EBK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김영사, 사계절, 창작과 비평사 등 국내 110여 개의 출판사들이 모여 서비스를 시작한 북토피아도 e-북 사업에 적극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북토피아는 국내 단행본 출판사들의 연합체인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김언호) 소속 회원사들의 공동출자로 만들어진 회사이기에 어느 e-북 업체보다도 콘텐츠 동원력이 막강하다.

현재 30여개의 단행본 출판사들이 북토피아의 e-북 서비스에 CP로 참여하면서 문학, 예술,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337종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 근현대 대표작가 300명의 주요 작품을 DB로 구축하고 이를 무료로 제공하는 ‘한국문학관’서비스와 e-북 라이브러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북토피아는 문서포맷을 국제표준화 추세에 맞추어 XML 기반의 서비스와 XML을 보완하는 PDF 솔루션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e-북 서비스를 오픈한 이래 최근에는 북토피아의 모태 격인 한국출판인회의가 정통부를 통해 사단법인 승인을 받음으로써 정통부의 긴밀한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갈 길은 먼데 풀어야 할 과제는 산더미

e-북 시장이 당면한 최고의 현안은 전용단말기 및 관련 솔루션 개발 등의 기술적 해결사항과 함께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 개발 속도로는 봐서는 기술 부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서포맷의 표준화 문제 또한 국제표준으로 등장하는 XML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e-북 관련 토탈 솔루션을 개발하는 에이포미디어(http://www.a4media.co.kr)의 이종석 대표는 국내의 e-북 시장을 출판사 및 작가와 같은 콘텐츠 그룹과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는 엔지니어 그룹, 소비자 그룹으로 나누면서 “아직 시장 초기단계의 e-북 시장을 실제 주도하는 집단은 엔지니어 그룹”이라며 “이미 국내 기술이 e-북 서비스를 위한 솔루션 개발 및 관련 기술 구현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문제는 출판사들의 본격적인 시장 참여만 남았다”라고 설명했다.

e-북 사업의 최대 관건은 콘텐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렴하고 편리한 e-북 전용단말기가 개발되어도 결국 독자들이 선택하는 상품은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e-북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관건

한국전자책컨소시엄의 백원근 간사는 “e-북은 PC나 전용단말기와 같은 매체의 형태보다 콘텐츠가 중요한 사업”이라며 “매체 적응성이 높은 것부터 먼저 e-북 시장에 진입할 것이며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도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문학 장르보다는 가이드북이나 어학 교재와 같은 정보 상품이 e-북 콘텐츠로 적합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e-북 업체들이 정보성 콘텐츠를 개발하는 문제는 하나의 과제로써 각 업계들이 준비를 하는 상황이며 아직까지의 주류는 판타지 소설과 무협소설과 같은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북토피아가 현재 제공하는 콘텐츠 역시 전체 콘텐츠 가운데 문학(101권) 작품 이외에 엔터테인먼트(판타지-61권, 만화-46권) 분야의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전자책 전문서점 바로북닷컴(http://www.barobook.com)의 최 익섭 팀장은 “현재 e-북 시장에서 무협소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며 “이들 독자들 가운데는 한달에 2권 이상을 구입해 가는 사람도 있을 만큼 탄탄한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현재 바로북닷컴이 제공하는 콘텐츠가운데 무협부문의 매출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며 “현재 국내 e-북 시장의 연간 매출 규모를 대략 5억원 정도로 잡는데 이는 무협소설의 판매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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