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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복판서 애국가 부른 일본 관광청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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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조하타 일본관광청 장관이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말로 애국가를 부르며 한국인들의 일본 방문을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일본 정부의 장관이 서울 한복판에서 애국가를 열창했다.

 화제의 인물은 미조하타 히로시(溝畑宏·52) 일본관광청 장관. 1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기자회견장에서다. 회견 모두 발언에서 그는 “폭탄주를 마시면서 한국의 애국가를 끝까지 부르는 게 희망이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몸을 사렸다. 그러다 회견 말미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미조하타 장관은 “여러분, 일본으로 오십시오! 안전하고 신나는 일본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외치더니 애국가 1절을 열창했다.

그의 행동은 권위주의가 팽배한 일본 관료주의 사회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이다. 도쿄대 법학부 출신인 그는 자치성(현 총무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 오이타현에서 10년 넘게 기획업무를 맡았다. 이후 일본 J리그팀인 ‘오이타 트리니타’의 대표를 거쳐 2010년 1월부터 관광청 장관을 맡은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30년 전 첫 한국 방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79차례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기운이 없을 때는 서울에 온다”고 할 정도의 친한파다. 활기가 가득한 서울과 역사,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경주를 특히 좋아한다. 지난해 7월 돗토리현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대회 때 참가한 한국팀과 현장에서 애국가를 열창하기도 했다.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급감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일본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미조하타 장관과의 일문일답.

 - 일본 관광의 매력을 소개해달라.

 “endless discovery Japan! 무한한 감동과 만날 수 있는 일본이다.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다양한 기후와 풍광,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 일본 고유의 전통문화, 손님을 정성스레 맞이하는 일본인들의 마음까지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일본 관광지를 꼽자면.

 “만약 내일 죽는다면 오늘 당장 홋카이도와 고향 교토에 가고 싶다.”

 - 3·11 대지진과 원전 사고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줄었을 텐데.

 “대지진 이후 급격히 줄어 지난해 4월은 전년 동기 대비 62.5% 감소했다. 일본여행 수요가 조금씩 되살아나 지난해 11월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1%까지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다.”

 - 그래도 여전히 일본에 대한 (방사능) 공포가 있다.

 “이달 10일 측정한 세계 주요도시의 대기중 방사능 농도를 보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40㎞ 떨어진 도쿄는 0.053μ㏜/h(시간당 마이크로 밀리시버트), 95㎞ 떨어진 센다이는 0.054μ㏜/h였다. 오히려 싱가포르(0.07)·홍콩(0.09~0.14)·서울(0.111)보다 낮다. ”

 -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객 유치 정책을 한 가지 소개해달라.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이용한 홍보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일명 ‘일본 관광 응원단’이다. 제주올레와 협력해 규슈의 자연을 관광 체험하는 ‘규슈올레’를 3월 이후 선보일 계획이다. 한류를 앞세운 한국의 적극적인 관광홍보도 벤치마킹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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