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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 다이아 외교부 덮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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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은석 자원대사(左), 조중표 전 차관(右)

외교통상부가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업체의 주가조작 혐의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 김은석(54) 에너지자원대사에게 지난주 ‘직무정지’ 조치를 했다. 정부 부처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대상 직원의 직무를 정지시킨 것은 이례적이다.

 김 대사는 2010년 12월 해외자원 개발업체인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이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매장량을 과장해 주가를 띄우려 했다는 의혹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아왔다. 감사원은 최근 금융감독원과 함께 김 대사의 동생 부부와 친척이 억대의 CNK 주식을 매입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원한 외교부 관계자는 16일 “증언과 다른 정황들이 터져 나와 신중을 기하자는 차원에서 감사 완료 때까지 일에서 손을 떼라고 처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발단은 2010년 12월 외교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였다. 2년간 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실로 파견됐다 그해 10월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로 돌아온 김 대사가 만든 자료였다. “CNK가 카메룬에서 추정 매장량 최소 4억2000만 캐럿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내용이다.

 그 직후 CNK 주가는 폭등했다. 12월 초 3000원 안팎이던 게 이듬해인 2011년 1월 17일엔 1만4000원(종가)으로, 8월 19일엔 장중 한때 1만8500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 “카메룬엔 다이아몬드가 없더라”는 말이 나왔다. 이어 정치권이 가세했다. 타깃은 박영준 당시 지식경제부 차관. 민주당 의원들과 일부 한나라당 의원이 정권 실세로 불리던 그를 주가조작의 배후로 몰았다. 2010년 5월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던 그가 카메룬을 방문해 “CNK를 도와달라”고 했다는 게 이유다. 이 때문에 그도 지난해 12월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카메룬 총리가 ‘한국 기업이 개발에 참여한다’고 해 ‘도와달라’고 한마디한 것뿐”이라며 “유엔에서 일본군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킬 만큼 저돌적인 김 대사의 의욕이 과해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행했던 공무원들에게 ‘당신들 공직자들이니 허튼짓하면 안 된다’고 일렀다”고도 했다. 감사원은 박 전 차관과 주변 인물의 주식 매입 혐의는 없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석 대사는 외시 14기로 안보정책과장, 북미심의관, 워싱턴 공사 등을 거치며 정무 업무를 주로 했다. 부내에선 업무에 성실하다는 평을 들었다.  

외교부·감사원 안팎에선 인맥이 문제란 얘기가 나온다. 외교부 차관을 거쳐 총리실로 간 조중표 전 총리실장을 가리키는 얘기다. 조 전 실장은 총리실에서 1년여 동안 김 대사의 상관이었다. 조 전 실장은 2009년 1월 퇴직해 4월 CNK 고문으로 옮겼다. 그는 오덕균 CNK 대표와 동향(충북 청주)이다. 조 전 실장과 그 가족은 당시 25만 주에 달하는 CNK 신주인수권을 받아 문제의 보도자료가 나오기 전 주식으로 전환한 다음 5억원 이상의 차익을 낸 것으로 감사원은 보고 있다.

 전·현직 외교관들의 의혹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침통한 분위기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달 말 나올 감사 결과에 따라 엄정 처리한다는 원칙 외엔 밝힐 게 없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본지와의 두 차례 통화에서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동생 부부의 CNK 주식 매입 의혹과 관련해선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이며 감사원에 충분히 소명했고,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이 지쳤다. 나는 문제될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16일 현재 CNK의 종가는 9000원이다.

김수정·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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