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쇼크' 주가 700선 무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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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쇼크' 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31일 증시에서는 외국인들이 지수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반도체 주식을 초반부터 팔아치우면서 종합주가지수가 680대까지 밀렸다.

이 여파로 코스닥지수도 덩달아 떨어져 110선 밑으로 하락했다. 최근 연 17일간 순매수로 유일한 매수세력 역할을 했던 외국인들은 이날 갑자기 삼성전자 1백5만주, 현대전자 88만주를 비롯해 2천9백74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하루 동안 삼성전자는 9.29%, 현대전자는 8.32%가 하락했으며 종합지수도 44.21%나 내렸다.

◇ 반도체주 왜 팔았나〓외국인의 대량매도에 대해 누구도 정확한 요인은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의 하락과 반도체 경기정점 논쟁, 외국펀드의 포트폴리오 비중 축소, 선물과 연계한 투기적 매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될 뿐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최근 나흘 연속 하락했으며 대표적 D램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식은 하루동안 4%나 하락, 외국인들의 반도체주 매각을 부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UBS워버그증권이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가치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부정적인 면이 긍정적인 면을 압도하고 있어 '적극매수(Strong Buy)' 에서 '매수(Buy)' 로 하향조정을 검토 중" 이라고 의견을 제시한 것도 영향을 줬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의 부정적인 면으로 ▶TFT-LCD가격 하락▶가정용 PC시장 둔화▶2001년 상반기 D램 공급증가▶2002년 이후 성장 잠재력 약화 등을, 긍정적인 면으로는▶4분기 D램 가격상승 기대 ▶경쟁사에 비해 가격하락에 대한 대응능력 우수 등을 각각 꼽았다.

심용재 굿모닝증권 연구위원은 "워버그의 분석은 보기에 따라 긍정적 측면이 부각될 수도 있으나 최근 증시가 워낙 허약하다보니 부정적인 내용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고 분석했다.

沈연구위원은 "선물과 연계한 투기적 거래를 하는 외국인이 자딘 플레밍 창구를 통해 대량 매물을 내놓은 것 같다" 고 덧붙였다.

반면 김기태 WI카증권 이사는 "이날 대량 매도는 한국에 투자한 외국 대형 펀드 1~2곳이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한국 반도체 주식 비중을 축소한데 따른 것" 이라며 "국내 기관들도 덩달아 매도에 나서 주가하락을 심화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김정환 LG증권 연구위원은 "오는 14일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날로 커짐에 따라 외국인들이 매도 시점을 모색하다가 미국 증시 하락을 계기로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 향후 전망〓외국인의 반도체주 매도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경기논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의 '펀더멘털' 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튼튼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WI카증권 金이사는 "이날 워버그증권이 삼성전자의 12개월 목표 주가를 70만원대에서 60만원대로 낮췄으나 여전히 현재 주가보다 훨씬 높다" 면서 "반도체 경기 호조가 지속될 것이며 한국 반도체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고 강조했다.

굿모닝증권 沈연구위원도 "올 하반기에는 D램 가격 상승 등 국내 반도체 업체에 호재가 많다" 면서 "현재 삼성전자의 매도세는 전체 56% 외국인 보유지분 중 6%에 불과한 단기 보유자들의 일시적 움직임" 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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