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과학자 차량 폭탄 테러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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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1일(현지시간) 폭탄테러로 파손된 이란 핵 과학자 모스타파 아마디 로샨 테헤란대 교수의 차량이 기중기로 옮겨지고 있다. 로샨 교수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폭탄 테러의 배후로 이스라엘 정부를 지목했다. [테헤란 신화=연합뉴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의 30대 핵 과학자 한 명이 11일(현지시간) 차량 폭탄 사고로 사망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이날 테헤란대 교수이자 핵 과학자인 모스타파 아마디 로샨(32)이 자신의 차량 밑에 부착된 자석 폭탄이 터지면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화학을 전공한 로샨은 2010년 이후 테헤란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사망한 네 번째 과학자다. 테헤란 당국은 테러에 동원된 자석 폭탄이 이전의 과학자 암살에 사용된 것과 같다며 이스라엘을 배후세력으로 지목했다.

 이란의 반관영 뉴스통신 파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폭발 당시 차량에 있던 동료 2명 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파르스 통신은 로샨이 중부 이스파한에 있는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의 책임자였다고 소개했다. 이란의 주요 농축시설인 나탄즈는 핵무기 개발기지 중 하나로 의심을 사고 있다.

 이란에선 2010년 1월 테헤란대 교수인 핵 물리학자 마수드 알리 모하마디가 출근길에 폭탄 공격을 받고 숨지는 등 과학자에 대한 테러가 잇따랐다. 테헤란 부주지사 사파르 알리 브라틀루는 이날 “이번 수법은 과거 이란 핵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방법과 유사하다”며 “폭발의 책임은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정권에 있다”고 말했다. 이란 의회도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 발표나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이란 부통령 무하마드 레자 라히미는 관영 TV에서 “우리 과학자에 대한 그들(미·이스라엘)의 테러를 규탄한다”며 “이것이 이란의 (핵) 개발을 향한 노력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테러는 이란이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농축 활동을 시작한 것과 맞물려 벌어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9일 이란이 북부 포르도의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농축도 20%의 우라늄 생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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