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1등 업체들 "앞날 걱정" 머리 싸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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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윤종룡 부회장은 요즘 사내방송 등을 통해 "지금이 진짜 위기" 라며 사내 분위기를 다잡는 일이 잦아졌다.

현대자동차.포철 등 국내 1위 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순익.매출을 올리면서도 앞으로는 어떻게 먹고 살 것이며, 외국 거대기업과는 어떻게 맞설 것인가 등을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한국 산업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가 한국의 미래 국제경쟁력 확보 문제와 관련해 주목되고 있다.

◇ 앞으로가 문제다〓삼성전자는 주력인 가전.반도체의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에선 TSMC(대만).인피니온(독일).마이크론(미국)등 후발업체의 추격이 예상외로 빠르고, 가전에선 중국업체들의 추격이 무섭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이 끝난 뒤가 걱정" 이라고 말했다.

1만5천명의 연구인력 대부분이 반도체.가전.통신 전문가이고 소프트웨어는 취약한 것도 걱정이다.

이 때문에 삼성은 디지털 가전 등 차세대 첨단 제품과 온라인 게임.소프트웨어 투자 확대 등으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선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현대자동차는 당장 대우.삼성차가 외국 회사에 넘어가 국내 시장에서도 외국 거대 기업과 맞서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현대차는 애프터서비스 강화 만이 살 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 분야에 중점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 제품의 진입을 애프터서비스 강화로 막아낸 가전업계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세계 1위인 포철도 고민에 쌓여 있다. 세계 철강시장 규모가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유럽의 유지노와 티센크룹이 합병할 경우 1998년부터 신일본제철을 제치고 차지했던 1위도 내 놓아야 한다.

눈 앞에 닥친 민영화도 숙제다. 포철은 새 성장엔진을 찾기 위해 전자상거래 등 e비즈니스를 키우는 한편 경쟁사에 비해 낮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이기 위해 선진업체들과의 제휴를 적극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 낮은 수익률도 고민〓SK㈜는 외환위기를 거치며 시장점유율을 35%에서 40%대로 높였지만 매출액 대비 수익률이 1~2% 수준에 그쳐 고민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돈이 될 수 있는 신사업을 구상하라" 는 지시까지 했다.

상반기 매출 19조원을 달성, 동종업계 1위로 부상한 삼성물산 역시 1%를 밑도는 저수익 구조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6개의 인터넷 업체를 만들고 해외에선 프로젝트 수주로 수익률을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 남 모를 고민도 있다〓국내 대표 통신업체인 SK텔레콤은 국제 통신사업자로의 변신이 쉽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을 잇는 국제적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해선 차세대 통신인 IMT-2000사업에서 비동식 기술을 채택하고 대규모 외자 유치가 불가피한데 어느 하나도 쉽지 않다" 고 우려했다.

올 초 지분의 10~15%를 일본의 NTT도코모에 매각키로 한 외자유치 계획도 최근 주가 하락과 유동적인 국내 통신시장 상황 탓에 미뤄지고 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그룹내 갈등 해결이 과제다.

현대전자와 지급보증 소송이 걸려 있는데다 2002년으로 예정된 계열분리를 위해선 계열사에 해 준 1조원 가량의 채무보증을 해소해야 한다.

회사의 역량을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과 수주에 쏟아야 하는데도 '집안 사정' 때문에 전력투구를 못하고 있다.

이용택.김동섭.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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