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이 이름, 루니 마라 … 여전사 해커로 거듭난 엄친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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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천재 해커 리스베트 역할을 맡은 루니 마라. 할리우드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소니픽쳐스]

12일 개봉하는 스릴러 영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데이비드 핀처 감독)을 보고 상영관을 벗어나는 순간 당신은 스마트폰으로 당장 ‘루니 마라(27)’라는 여주인공을 검색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만큼 영화에서 이 당돌한 신인 여배우의 존재감은 크다. 화면을 내내 짓누르는 스웨덴의 우울한 공기를 뚫고 용처럼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 정도다.

 영화의 원제가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용 문신을 한 여자)라는 것만 봐도 영화의 무게중심이 남자주인공 대니얼 크레이그보다 루니 마라에 놓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라는 강인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역대 최고의 제임스 본드’로 꼽히는 대니얼 크레이그를 압도했다. 마라는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세계적인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마라는 용 문신과 피어싱을 한 개성 있는 외모의 천재 해커 리스베트 역을 소화해냈다. 민첩하고 거칠지만 때로는 연약한 속내를 내비치는, 기존에 없었던 여자 캐릭터다.

 그는 소송에 시달리던 신념 강한 기자 미카엘(대니얼 크레이그)과 힘을 합쳐 40년간 풀지 못한 스웨덴 재벌그룹 손녀의 실종 사건을 파헤친다. 미카엘의 집요한 추적과 리스베트의 해킹능력으로 미궁에 빠졌던 단서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며 결국 잔혹한 악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원래 이 역할은 스칼렛 요한슨·나탈리 포트만·크리스틴 스튜어트·엠마 왓슨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탐을 냈다.

그러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마라를 염두에 두고 두 달 반 동안 그를 괴롭히며 여러 테스트를 했다. 모터사이클, 스케이트 보드, 킥복싱, 컴퓨터는 기본이고 스웨덴 시를 암송하라거나 스웨덴 여행을 다녀오라는 주문까지 했다.

 마라는 “리스베트 역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로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그가 이 역할을 그토록 원했던 이유는 “작고 중성적이며 다양한 내면을 가진 여자 캐릭터는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핀처 감독과의 작업은 ‘소셜 네트워크’(2010) 이후 두 번째다. 영화에서 마라는 전반부에 주인공 제시를 차는 에리카로 짧게 등장했다.

 마라는 낙점되자마자 머리를 짧게 잘라내고 부분 삭발을 했다. 그리고 염색은 물론 눈썹을 탈색하고 피어싱까지 했다. 특히 가슴을 드러내는 베드신을 위해 유두에까지 피어싱을 해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그는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고립시킨 리스베트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 자폐증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찾기도 했다. 성적 학대를 받은 여성을 위한 기관을 방문한 것은 영화에서 성폭행 당한 리스베트의 무력감을 세밀히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리스베트 역에 완벽히 녹아든 마라의 연기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연약한 희생자에서 비디오 게임의 열정적인 전사처럼 변모했다. 아이폰 세대가 열광할 21세기적 히로인이 등장했다”고 평했다.

 소설의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은 리스베트 캐릭터를 만들 때 영화·드라마로도 만들어진 1960년대 스웨덴 소설 ‘말괄량이 삐삐’의 주인공 삐삐에서 영감을 받았다. 마라 또한 ‘21세기형’ 삐삐를 떠올리며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스베트는 말 대신 모터사이클을 타고 컴퓨터를 사용할 뿐 삐삐처럼 자신만의 도덕적 기준으로 악을 물리친다”고 말했다.

 뉴욕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마라는 뉴욕 프로 풋볼팀인 뉴욕 자이언츠의 구단주 티모시 마라의 딸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엄친딸로 통한다. 지난해 말 미국 퀴글리 출판사가 영화 관계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 ‘2012년 돈벌이가 기대되는 스타’ 1위에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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