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지 16년 … 김광석은 축제처럼 다시 불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 마당에 세워진 고(故) 김광석의 노래비 앞에 6일 밤 꽃과 소주, 불이 붙은 담배와 붕어빵 등이 놓여 있다. [송지혜 기자]

“일어나~(어금니 꽉 깨물고) 일어나~(아무 생각 하지 말고)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한 번이고 두 번이고).”

 6일 오후 8시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 소극장. 고(故) 김광석(1964~96)의 ‘일어나’가 울려 퍼졌다. 원곡보다 빠른 템포에 중간중간 랩까지 섞어 힘찬 느낌으로 되살아난 ‘일어나’였다.

 연극배우 정한별(33)씨는 하모니카를 불거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스스로 정씨의 ‘도우미’라 칭한 윤대열(34)씨는 프리스타일의 랩을 담당했다. 반주 부분의 랩 ‘그깟 무릎팍 좀 깨지면 어때/그걸로 죽는 거 아닌데/계속 그러고 있을래/…’에선 힙합 느낌도 났다. “일어나자, 같이 살자. 세상살이, 새옹지마”라는 코러스는 전 관객이 박수를 치며 따라 불렀다.

 이들은 이날 열린 ‘김광석 따라 부르기 2012’ 대회의 6번째 참가자. 김광석 16주기를 맞아 김광석 추모사업회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처음 연 대회다.

 행사에는 김광석을 재해석한 70여 팀이 음원·동영상 파일로 응모했다. 예심을 통과한 12팀이 이날 본선 무대에 섰다. 스무 살 최연소 참가자부터 아마추어 통기타 동호회, 아카펠라 그룹, 40대 라이브카페 사장까지 ‘김광석’ 그 이름 아래 하나가 됐다.

 혼성 아카펠라 그룹 프리허그는 악기 없이 다섯 명의 화음만으로 ‘사랑했지만’을 소화했다. 창 밖으로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20대 청년이 헤어진 첫사랑을 기억하며 부르는 것처럼 싱그러웠다. 호소력 짙은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20대로 구성된 밴드 ‘와우터’는 기타·베이스·잼베로 ‘변해가네’를 연주했다. 시원한 보컬과 경쾌한 사운드, 홍익대 인디밴드 느낌이었다. 통기타 하나를 들고 나와 고인과 비슷한 음색을 선보인 참가자도 여럿 있었다.

경연대회에서 1위 ‘김광석상’을 수상한 김건우씨. [사진작가 황윤호 제공]

 1등 ‘김광석상’은 키보드를 연주하며 맑고 깨끗한 음성으로 ‘서른 즈음에’를 기교 없이 부른 김건우(27)씨에 돌아갔다. 김씨는 기타 한 대와 다음 달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김광석 다시 부르기 콘서트’에 출연할 수 있는 부상을 얻었다. 정한별씨 팀은 ‘기다려줘’를 발라드 버전으로 재해석한 김성윤(24)씨와 공동 2위를 했다. 심사는 가수 김민기·박학기·이은미·권진원·강인봉(나무자전거)·박승화(유리상자)·동물원과 ‘서른 즈음에’의 작곡가 강승원씨가 맡았다. 추모사업회는 매년 대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회를 맡은 박학기씨는 “시간이 아픈 추억은 무디게, 좋은 추억은 살아나게 해 이제는 1월 6일이 축제 같은 날이 됐다. 그 친구가 우리에게 선물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미씨는 “유재하 가요제처럼 김광석씨를 모티브로 한 새로운 음악이 탄생할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송지혜·홍상지 기자

◆김광석 추모사업회=1996년 1월 6일 세상을 떠난 김광석을 기리는 추모사업회. 추모 콘서트 ‘김광석 다시 부르기’ 등을 진행한다. ‘아침이슬’의 김민기씨가 회장을 맡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