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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단체장 입맛 따라 스포츠팀 해체해서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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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난해 말 해체된 용인시청 여자핸드볼팀 선수들이 가까스로 운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핸드볼협회장인 최태원 SK회장이 “어떤 경우라도 선수들이 코트를 떠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SK그룹 계열사에서 이들을 주축으로 새 팀을 창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자핸드볼은 ‘한데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으면서도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메달 2, 은메달 3, 동메달 1개를 기록했다. 올해 열리는 런던올림픽에도 단체 구기종목 중에서 가장 먼저 출전권을 따냈다. 영화 ‘우생순(우리들의 행복한 순간)’의 기억이 지금도 애틋한 이유다.

 그나마 용인시청 핸드볼팀은 운이 좋은 드문 사례다. 지자체 소속 스포츠팀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줄줄이 해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집계에 따르면 2010년 26개, 지난해엔 16개의 지자체·지방공공기관 소속 팀이 사라졌다. 대부분 역도·체조·핸드볼·볼링 등 비인기종목이지만 올림픽 같은 국제경기에서 메달밭 역할을 톡톡히 하는 분야다. 국민체육진흥법상 직원 1000명 이상의 공공기관은 한 종목 이상의 운동경기부·지도자를 두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법규정 준수는커녕 기존 팀들마저 무더기로 내몰리는 추세다. 성남시청 빙상팀 해체로 직장을 잃은 안현수 쇼트트랙 선수는 명성 덕분에 러시아에 귀화해 다시 뛰게 됐지만, 대부분은 속절없이 실업자 신세다. 실업팀 해체는 중·고 학원스포츠에 바로 영향을 미쳐 아마추어 스포츠의 전반적인 퇴행을 부르게 된다.

 한정된 예산을 집행하는 지자체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곳에는 방만하면서 애꿎은 운동팀 예산만 탓하는 건 아닌지, 새로 취임한 단체장 입맛에 맞춰 팀 해체·창단을 결정하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팀을 지자체 생색내기용으로만 보면 안 된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도 지자체가 팀을 창단할 경우 연 1억원씩 3년간 운영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올해부터 시행한다. 지자체들도 스포츠팀 운영에 마케팅 개념을 도입하고 엘리트 체육과 지역 풀뿌리 스포츠 간 교류 등 적극적인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