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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꼬이는 생보사 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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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삼성생명·교보생명 등 생명보험회사 주식의 증권거래소 상장이 다시 불투명해졌다.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22일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며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연내 상장이 어려워진 때문이다.

생보사 상장은 1987년 생보사 기업공개 방침이 정해진 이래 13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면 재검토 왜 나왔나=핵심 쟁점은 주식을 공개하면서 발생하는 방대한 상장차익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것이다.

삼성·교보생명의 상장후 주가를 회사측 주장대로 각각 70만원·30만원으로 보면 예상 시가총액은 삼성 14조원,교보 4조1천1백60억원 등 18조1천1백60억원에 달한다.산술적으로만 보면 액면가(주당 5천원) 1천6백억원을 빼고 18조원의 상장차익이 생기는 셈이다.

삼성·교보측은 생보사가 법적으로 주식회사인 만큼 상장이득은 원칙적으로 주주몫이란 주장인 반면 정부는 생보사들이 계약자에게 돈을 받아 일종의 계처럼 자산을 운용해왔으므로 계약자 몫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40년에 걸쳐 게약자들이 낸 보험료에 따라 오늘날 삼성·교보측이 수십조원의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만큼 계약자 몫을 반영하는게 사회적 정의에 맞는다는 논리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그러나 “법적으로는 주식회사인 삼성생명의 상장차익을 주주가 아닌 계약자에게 강제로 내놓으라고 할 수 없다”며 “합법적으로 계약자 몫을 챙겨주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내 상장안되면 문제 복잡해져=삼성생명 상장은 삼성자동차 처리와 연계돼있다.지난해 삼성차 빚을 처리하면서 이건희회장이 가진 주식 3백50만주를 주당 70만원씩 총 2조4천5백억원어치로 쳐서 채권단에 넘겼기 때문이다.당시 채권단과 삼성측은 올해중 이를 현금화하기로 약정을 맺었고,약정이행이 안되면 연 19%의 연체이자를 물리도록 했다.

상장이 되더라도 3백50만주나 되는 물량을 일시에 팔기가 곤란한 만큼 삼성측은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매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삼성측은 연내에 ‘법과 원칙’에 따라 주주와 계약자 몫을 정한 상장안이 마련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풀린다는 입장이다.상장안이 주주 몫을 보장하는 쪽으로 마련되면 이를 근거로 주식을 국내외에 ‘적정가격(주당 70만원)’으로 팔아 채권단 빚을 갚는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계약자 몫을 둘러싼 정부와 삼성의 해법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연내에 모범답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채권단은 느긋=삼성·교보생명 주식은 각각 삼성차 채권단과 대우 채권단에게 담보로 제공돼 있다.삼성차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해 2조4천5백억원을 현금으로 갚겠다는 삼성 측의 약속은 삼성생명 상장과는 별개이며,어떤 형태로는 삼성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정부안이 지연돼 상장이 연기될 경우 삼성측이 이를 이유로 연체이자 적용 유예 등 다른 요구를 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고 있다.삼성차 채권단이 지난 22일 삼성측에 삼성생명 주식 3백50만주의 명확한 처리 계획을 8월말까지 알려 달라고 요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7월 채권단이 대우 기업어음(CP) 4조원어치를 사주면서 대신 담보로 받은 교보생명 주식 4백80만주(주당 30만원)는 명확한 처리 시한을 정해놓지 않아 삼성차와 같은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이정재·김원배 기자

◇생보사 상장 추진 과정
1987.11월: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생보사 기업공개 추진
1989.4월:교보생명 기업공개 위한 자산재평가 실시
1989.10월:재무부,‘생보사 기업공객에 따른 이익배분 기준(안)’발표(주주:계약자=3:7)
1990.2월:삼성생명 자산재평가
1990.9월:삼성·교보생명 재평가적립금 처리 재무부서 승인
1990.12월;재무부,증시 물량압박 등 이유로 기업공개 보류 결정
1999.6월:삼성자동차 처리문제로 생보사 상장 공론화
1999.12월:상장자문위원회 주최 생보사 기업공개 공청회. 이헌재 금감위원장,2000년까지 생보사 상장키로.
2000.5월:‘어네스트&영’에 상장안 용역의뢰,8월말까지 정부안 확정예정
2000.8월:이근영 금감위원장 상장안 전면 재검토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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