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영화 이젠 합작으로 간다] 3. 득과 실

중앙일보

입력

"예? 배우 개런티가 2천만엔(2억원)을 넘어요? 야, 놀랍네요."

최근 영화제 참석차 내한했던 한 일본 감독은 배우의 출연료 얘기를 하다 한국 사정을 듣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1급 배우라 해도 7천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한국은 억단위를 예사로 넘는다.

아닌게 아니라 최근 3, 4년 사이 출연료를 비롯해 한국영화의 제작비가 크게 뛰었다. 이전에는 20억짜리는 '큰 영화'였지만 요즘은 평균 수준이다.

영화세상의 안동규 대표는 "2백만 달러(약24억원)면 어떤 아시아 국가에 가서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국내 제작에 드는 비용으로 외국에서의 배급권도 확보하고 유능한 감독이나 스태프를 활용할 수 있다면 메리트(장점)가 충분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공동제작은 외국의 합리적인 제작시스팀을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링〉의 감독 나카다 히데오의 신작 영화에 전액 투자한 디지털네가의 조성규 사장은 한국에서는 몰랐던 사실을 이번에 많이 배웠다.

애초 약속했던 날보다 1주일 늦게 송금했다고 제작사에게 패널티를 무는 곤욕을 치른 그는 한편으로는 야속했지만 차라리 그래야 일하기가 더 편하다는 알게 됐다.

제작비를 뽑는 예산서도 한국보다 훨씬 치밀했다. 미국에는 영화예산을 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있을 정도였다.

스태프들과 프로젝트별로 계약하는 충무로와는 달리 외국은 촬영횟수로 계약을 맺었다.

특히 일본 감독들의 촬영 일수가 한국의 절반밖에 안 되는 데는 놀랐다. 3주만에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나카다 감독에게 한국은 40일을 넘기기가 예사라고 하자 이해를 못하더란다.

일본은 대신 촬영에 들어가까지의 준비 과정인 프리 프러덕션에 훨씬 많은 노고를 들였다.

그러나 공동제작에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안동규 대표는 "스태프의 교류가 없으면 남 좋은 일만 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인력을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계약단계서부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작자가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홍콩·일본·미국 프로듀서들과 일하는 조성규 사장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애를 먹을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부산영화제의 채수진씨는 "영국배우 제레미 아이언스와 중국의 궁리, 홍콩의 장만위(張漫玉)가 출연했던 〈차이니스 박스〉가 국적불명의 애매한 영화가 돼 버린 건 유럽쪽 투자사의 요구로 무리하게 서양의 시각이 영화 속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면서 "참여한 국가의 문화적 차이와 시각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합작 영화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