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터키 이스탄불 돌마바체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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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종이에 먹펜, 41X58cm, 2012

1992년 8월 오스만제국 마지막 황태자 마흐멧 오르한이 83세의 노구를 이끌고 이스탄불 공항에 내립니다. 추방된 지 68년 만입니다. 그는 추방되기 전에 살던 돌마바체궁에 입장권을 사서 들어갑니다. 그가 살던 방에는 침대며 놀이기구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었습니다. 망명지로 돌아간 오르한은 1년 뒤 공장 직공, 택시기사 등 고난의 세월을 뒤로하고 숙소에서 죽은 지 이틀 만에 발견됩니다.

 오스만제국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3개 대륙에 걸친 강대국이 됩니다. 현재의 알바니아, 그리스, 불가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시리아, 이라크, 이집트, 알제리에 아라비아 반도 일부를 점령한 것입니다.

 모든 국가는 흥하면 쇠하기 마련입니다. 점점 약해지는 국력을 보며 술탄 압둘 메지드는 보스포루스 해변에 11년간 공사를 거쳐 1853년 돌마바체궁을 완공합니다. 방이 무려 285개, 연회장 43개로 금 14t, 은 40t을 들여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궁을 만든 것입니다. 최고의 궁으로 국가 이미지를 쇄신하려고 했으나 결국 제국은 망하고 맙니다. 1924년 터키공화국 설립 후 모든 왕족은 해외로 추방됩니다.

 돌마바체궁은 3개로 나누어집니다. 입장료도 다릅니다. 업무동과 연회장, 하렘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수입한 화려한 가구와 장식품은 눈을 즐겁게 합니다. 무게가 4.5t에 달하는 샹들리에도 볼 만합니다. 오스만제국이 망하는 데 일조하였다는 돌마바체궁이 터키의 큰 수입원이 되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김영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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