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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주부모니터단이 말하는 2011·2012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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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좀 더 살기좋은 성남시를 소망하며 성남시주부모니터단 주부들이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미희, 이미희, 장성숙, 박선영씨.

새해를 맞으면 많은 다짐을 하고 계획도 세우게 된다. 다이어트나 공부, 금연 등 대부분 개인적인 바람이 많다. 하지만 성남시주부모니터단 소속 주부들은 좀 다르다.자신들만의 희망이 아닌 성남시 주부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이루어 주려고 한다. “주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성남시주부모니터단을 만나 새해 계획을 들어봤다.

박선영(36·분당구 야탑동)씨는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생 자녀를 둔 평범한 주부다. 하지만 연두색 머플러와 조끼를 입으면 좀 더 특별한 주부가 된다. 성남시 곳곳의 불편 사항을 체크해서 적절한 개선책을 제시하는 성남시 주부모니터 요원이 되기 때문이다. 연두색 머플러와 조끼는 ‘소통과 나눔’을 나타내는 주부모니터단의 상징이다. 성남시 주부모니터단은 주부의 눈으로 생활 속 불편 사항을 제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도 제시한다. 특히 성남시가 추진하는 여러 사업이나 정책에 대해 주부를 대표해 의견을 전하는 다리 역할도 한다. 박씨의 경우 두 자녀를 위해 주부모니터단 활동을 시작했다. 자녀들에게 좀 더 안전한 성남시, 좀 더 양질의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자녀 위한 마음에서 제안하기 시작한 엄마들

그래서 박씨가 지금까지 제안한 것은 대부분 육아나 교육 관련 사항들이다. 지난해 두 자녀를 데리고 지인의 집으로 가던 길에 공사 중이던 인도를 지나게 됐다. 공사로 인한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고 보고 넘겼지만 도대체 이 공사가 어떤 공사이며, 언제까지 하는지를 알 수 없는 게 답답했다. 박씨는 시청 모니터링 게시판에 제안 사항을 올렸다. ‘공사 안내 표지판’을 제대로 운영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제안은 바로 받아들여졌다. 공사 현장 주변에는 이 공사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표지판이 생겨났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제안도 있다. 박씨는 영화 ?도가니?를 보며 딸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 산하 사회복지시설이나 장애인시설에 상시 모니터요원을 배치해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아쉬운 속내를 내비췄다.

이처럼 주부모니터단은 생활 속에서 주부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세밀한 부분까지 제안하는 일을 한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제안이 생활과 직결된 것들이 많다. 성남주부모니터단 장성숙(52·분당구 야탑동) 회장의 경우는 문화와 에너지에 관심이 많다. 영국 유학 중인 아들을 만나기 위해 영국을 다녀온 게 계기가 됐다. 장씨는 “영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동네마다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아이들이 마을 공원에 모여 정기적으로 청소년음악회를 여는 모습이었다”며 “한국에도 꼭 이런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장씨는 귀국 후 모니터링을 통해 공원음악회 운영을 제안했다. 그 결과 야탑동 상희공원에서 정기적으로 공원음악회가 열리게 됐다.

최근 장씨는 에너지 절약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분당구의 한 대형마트에 대한 에너지 실태조사에 나서 실내 적정온도를 지키고 에어컨 사용을 줄일 것을 당부 했다.

새해에는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이미 인터넷상에서 장씨의 닉네임은 ‘우리 모두 샤워시간을 줄여봐요’다. 이달 말에는 성남시주부모니터 요원들과 함께 시내 상가를 돌며 에너지 낭비 실태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새해엔 생활밀착형 모니터링 계획

이들은 지난해 활동을 기반으로, 새해에는 생활 밀착형 제안에 보다 더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아이를 둔 부모가 많다보니 교육과 문화에 대한 바람과 계획이 쏟아졌다. 이미희(41·분당구 야탑동)씨는 “야탑동에 사는 아이들은 마땅한 도서관이 없어 대로를 몇 번이나 건너 시청까지 와야 한다”며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선 아이가 큰 길을 오가며 도서관을 다니는 게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야탑동에 꼭 도서관이생기도록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자녀와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이 좀 더 개설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이어졌다. 새해부터 모든 토요일이 놀토(학교에 가지않는 토요일)가 됨에 따라 양질의 프로그램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 밖에도 청소년 성교육센터 건립부터 주민참여예산제 시행까지 굵직굵직한 바람들이 쏟아졌다. 최미희(38·수정구 태평동)씨는 “주부에게만 보이는 생활 속 작은 문제와 그 개선점을 찾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새해에도 성남시의 감시카메라 역할을 톡톡히 해내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boram85@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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