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조심하라던 ‘선거 관련 리트윗’ … 이젠 풀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선거법 저촉을 이유로 리트윗(재전송)에 주의해 달라며 올린 트위터 글.

인터넷 선거운동의 시대가 열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과 네티즌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한 것”이라며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정치인과 유권자에게는 오히려 차별적인 결정이 될 수도 있다. 불법 사전선거운동과의 구분이 불명확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말 그대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29일 헌재 결정에 따라 앞으로 선거일 전 180일부터 인터넷을 통한 선거 관련 의사 표현이 사실상 전면 허용됐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는 물론 블로그와 홈페이지, e-메일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 관련 정치적 의사 표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선거 관련 정보를 리트윗(재전송)하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되오니 주의를 바랍니다”라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려 왔다. 그러나 더 이상 이 같은 글을 올릴 필요가 없게 됐다. 실제 이날 헌재가 판단한 4건의 헌법소원 가운데에는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낸 ‘트위터 리트윗’ 관련 청구도 있었다. 리트윗을 금지하는 선거법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는 이 청구에 대해 ‘위헌’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인터넷 선거운동의 중요성은 이미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블로그와 사용자 제작 콘텐트(UCC), SNS 등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던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는 이를 바탕으로 선거에 승리했다. 매력적인 ‘오바마 걸’이 춤과 노래로 지지 의사를 밝혔던 ‘오바마에게 반했어(a crush on Obama)’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10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다.

 헌재는 2009년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지만 재판관 다수(5명)가 위헌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 지난 2년 사이에 스마트폰, SNS 등 디지털 환경이 바뀐 것도 반영된 결과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는 “인터넷으로 선거운동을 못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고 규제 중심적 사고였다”며 “인터넷은 진보와 보수를 떠난 중립적 공간이기 때문에 이를 통한 정치적 표현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상의 무분별한 정치적 의사 표현이 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공직선거법은 불법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선거법 254조 2항은 ‘정보통신 등 방법’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한 경우 처벌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운동과 단순한 지지·반대 표명의 경계가 불명확해 검찰은 그동안 93조 1항을 근거로 인터넷에서의 선거운동을 사법처리해 왔다. 허위사실 공표(선거법 250조)나 후보자 비방(251조) 등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헌재 결정으로 걸러지지 않은 정치적 의사 표명이 인터넷에 넘쳐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는 “공직선거법상에 제한되는 다양한 수단은 안 된다고 하면서 인터넷만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내년 총선 전에 선거법 개정 내지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공안부 검사는 “선거법 254조에 사전 선거운동 금지 조항이 있는 만큼 법 개정 이전까지는 인터넷을 통한 사전 선거운동의 사법처리에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 “헌재 결정 존중”=한나라당 황영철 대변인은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인터넷과 SNS상에서 건전한 비판과 대안이 오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종식 민주통합당 대변인도 “SNS를 통한 실정 비판을 봉쇄해 온 정부·여당과 선관위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헌재 결정을 반겼다.

이동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