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MLB 시간탐험 (11) - 철마를 탄생시킨 위대한 두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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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The Iron Horse)
' 루 게릭(Lou Gehrig)
.

베이브 루스, 밥 뮤지얼과 함께 1920년대 뉴욕 양키스의 '살인 타선'을 이끌었던 루 게릭. 그는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 2,632경기)
가 기록을 경신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최다 연속출장 경기 기록을(2,130경기)
을 가지고 있었던 위대한 철인이었다.

특히 그의 연속출장은 당시의 열악한 선수관리 시스템과 훗날 '루게릭 씨 병'이라 명명된 불치병을 생각하면 더욱 값진 것이었다. 게릭이 은퇴 경기에서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며 눈시울을 적시던 장면은 아직도 많은 팬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져 있다.

대역사의 시작은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192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2년 동안 23경기에 간간히 출장했던 게릭은 25년 5월 31일 유격수 피 니 워닝거의 대타자로 출장했고, 이때부터 그의 연속출장경기 기록은 이어지게 된다.

당시 게릭의 위치는 상당히 불안정했다. 그의 포지션인 1루에는 강타자 월리 핍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 핍은 1916년(12개)
과 17년(9개)
, 아메리칸 리그 홈런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베이브 루스와 함께 양키스 타선의 핵심이었다. 게다가 당시 게릭은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로의 트레이드 대상으로 점찍힌 상태였다.

6월 1일,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월리 핍은 두통을 호소하며 결장을 요구했고, 양키스 감독 밀러 허긴스는 마지못해 그 대신 게릭을 선발출장 시켰다. 그날 2안타를 치며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게릭은 서서히 핍의 자리를 잠식해 나갔고, 결국 양키스의 1루 글러브는 게릭의 것이 되고 만다.

그 해를 끝으로 핍은 양키스에서 방출당했다. 그리고 신시내티에서 3년을 더 뛴 핍은 28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월리 핍은 메이저리그 15년동안 1,941안타 996타점 2할8푼1리를 기록한 훌륭한 선수였다. 1965년에 사망한 핍은 죽기 전 '자신의 투통은 연습 도중 머리에 타구를 맞았기 때문이었으며, 그것은 게릭이 주전을 차지한 한달 후의 일이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제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운 없는 놈' '두통 때문에 인생을 망친 녀석'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Joins.com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 메이저리그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조인스 스포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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