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복제· 인간배아 복제 허용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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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한 돼지의 복제와 인간 배아세포의 복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한 영국 정부의 결정을 계기로 생명체 복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16일 최근 복제 관련 법률을 완화해 과학자들이 최고 14일된 배아로부터 세포를 추출해 피부와 그밖의 조직으로 배양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의 적용대상은 의학적 연구에 한정된 것이지만 종교단체와 생명 존중을 표방하는 단체들은 이런 조치들이 도덕적으로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살인 조장 행위와 다름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와 거의 동시에 나온 일본과 영국의 돼지 복제 관련 소식도 복제 논란을 가열시키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과학자들은 돼지 태아 세포를 이용해 세계 최초의 아기 돼지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를 통해 최근 발표했다.

이에 뒤질세라 영국의 동물복제업체 PPL도 한 돼지의 세포로부터 5마리의 새끼돼지를 복제한 과정을 또다른 과학잡지 네이처의 인터넷판을 통해 공개했다.

일본과 영국의 이같은 연구 성과는 조직과 세포를 인간에게 이식하기 위한 돼지 생산에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돼지가 크기와 생리 면에서 인간과 유사한 장기를 지니고 있는데다 많은 새끼를 낳고 사육이 용이한 장점이 있어 돼지의 장기 이식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돼지의 장기를 이식할 경우 동물 바이러스가 종(種)의 장벽을 뛰어넘어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PPL과 함께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켰던 에딘러버의 로슬린 연구소는 통제불가능한 미지의 질병이 돼지로부터 인간에게 옮겨가는 것을 우려한 미국의 투자기업이 자금지원을 중단함에 따라 돼지 장기의 인간 이식 실험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PPL은 인간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장기와 세포를 가진 돼지를 생산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의 과학자 대니얼 샐러먼은 네이처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돼지를 통한 이종간(異種間) 바이어스의 감염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돼지가 `PERV''로 불리는 레트로바이러스(RNA 종양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사실은 자연 면역을 지니지 않고 당뇨병을 가진 쥐를 대상으로 돼지의 췌장 세포를 이식하는 실험을 실시한 결과 PERV가 다른 종을 감염시킨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점이다.

이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명백한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PPL의 돼지장기 이식 연구 책임자인 키스 캠벨은 고양이과 동물을 비롯한 다른 종의 백혈병과 연관이 있으며 인간에게도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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