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시드니올림픽 금메달 전선 비상

중앙일보

입력

시드니올림픽에서 확실한 금메달 2개를 예상했던 한국 배드민턴에 비상이 걸렸다.

남자복식 세계 정상으로 평가받던 김동문-하태권조가 결전의 날을 꼭 1개월 앞두고 열린 말레이시아오픈 본선 1회전에서 탈락, 대표팀 전체에 암운을 드리웠다.

상대가 강팀도 아니었고 세계 무대에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츄 춘엥-찬 총밍(말레이시아)조에게 0-2(14-17 10-15)로 완패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하태권이 상대선수에 대한 현지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탓에 일시적인 컨디션 난조에 빠졌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최종 전력 점검차원에서 참가한 대회에서 무명의 선수에게 당한 패배는 대표선수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실제로 김-하조는 97년 처음 짝을 이룬 이후 각종 국제대회에서 수없이 우승했고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한 적은 거의 없었다.

또 세계 랭킹도 현재 2위에서 1∼2계단 추락할 가능성이 커 올림픽에서 당초 기대보다는 불리한 대진운을 안고 싸워야 할 전망이다.

1번 시드로 올림픽에 나갈 경우 준결승에서 3,4번 시드의 약팀과 맞붙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강팀과 결승 진출권을 다퉈야 한다.

더구나 남자복식에 이어 나경민(대교 눈높이)과 함께 혼합복식에서도 금메달을 노리는 김동문이 이번 패배로 흔들릴 경우 `노 골드'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김동문-나경민조는 제 기량을 유지하고 있고 김-하조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남자복식 세계 랭킹 3위 이동수-유용성(이상 삼성전기)조도 건재하다는 점이 위안이 된다.

김-나조와 이-유조는 이번 대회에서 혼합복식과 남자복식에서 가볍게 16강에 올라 아직까지 금메달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배드민턴 관계자들은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는 실질적인 기량보다 경기외적 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자기 컨트롤과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며 "올림픽 출국전까지 이 부분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