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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장례식에 안 보인 정남·정철·설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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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정남(左), 김정철(右)

28일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장에는 3남이자 후계자인 김정은(27)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딸 여정(24)만 모습을 나타냈다. 다른 가족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에 장남(정남·40)과 차남(정철·30)이 빠진 것이다.

 마카오에서 생활하며 일본 언론에 “세습은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쓴소리를 해 온 정남은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2008년 8월 김정일의 뇌졸중 이후 김정은 후계자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온 북한 권부가 정남의 평양행을 아예 차단했다는 것이다. 막내아들이 상주를 맡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장남이 참석하면 그동안 쌓아온 구도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정은과 각을 세우지 않고 평양에서 살아온 정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정일의 가족은 김정은과 그의 친남매인 정철·여정, 그리고 김정일의 공식 부인 김영숙(64)과 둘 사이에 난 딸 설송(37), 성혜림의 아들 정남 등이다.

 관건은 김정일의 공식 부인 김영숙이다. 김정은이 생모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직후 그의 부인이었던 김성애는 자취를 감췄다. 여성동맹 위원장이었지만 자리를 내놨다. 김정일이 생모 김정숙을 우상화하면서다. 그는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생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영숙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의 딸 설송이 김정은 후계를 주민들에게 정당화하는 작업을 담당하는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신변이상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정철의 경우 대사 자리를 맡아 해외생활을 할 가능성이 있다. 외교안보 당국자는 “정철이 국내에 머물면 주변에서 조명을 받을 수 있어 동생을 위해서라도 김정일의 동생 김평일이 그랬던 것처럼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추모기간 내내 김정일의 빈소를 지킨 여정은 이날 영결식장에서도 상복을 입은 채 주석단에 올라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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