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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이익공유제는 동반퇴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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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오수
서울대 경영대 교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발전’을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으로 제시한 이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정부는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제도 마련과 공론화를 추진해 왔다. 그중 이익공유제가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익공유제는 동반성장위원회 실무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검토를 계속했으나 위원들 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 도출에 실패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익공유제 시행 기업에 동반성장지수 가산점을 주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이익공유제의 개념적 오류나 비현실성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없이 제도 도입을 강행하는 동반성장위원회의 행보는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우선 기업의 이익 결정 시스템은 협력업체의 납품단가에 의해 결정될 만큼 단순하지 않다. 똑같은 납품단가로 부품이나 자재를 공급받더라도 기업의 이익은 저마다 다르다. 기업마다 원자재·자본·노동·지식·기술·정보 등 여러 요소를 기반으로 생산 마케팅하고, 이에 필요한 경영활동을 각기 다르게 하기 때문이다. 또 시장변화와 경쟁상태, 각종 위험에 대한 대응에 따라서도 기업 성과는 달라진다. 따라서 기업의 이익은 기업활동과 경영방식, 위험감수 등에 대한 총체적 성과다. 납품단가는 수많은 원가구성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더욱이 불확실성과 격심한 경쟁 속에서 최선의 노력과 위험 감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어느 정도가 목표이익인지 사전에 설정하기가 어렵다. 연초에 매출목표와 이익목표를 설정한다 해도 그것은 방향을 나타내는 지표에 불과하다. 만약 이익공유제가 도입되어 대기업이 목표이익 설정을 강요 받는다면 턱없이 높게 목표이익을 설정하고 초과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발표하는 도덕적 해이도 생길 것이다. 

 또 하나, 이익공유제가 동반성장이 아니라 동반퇴보를 부르는 것은 아닌지도 점검해보아야 한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이윤 동기가 동력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만약 이익공유제가 실시된다면 중소기업은 이익분배를 받는 만큼 이윤동기가 저하돼 스스로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약화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익분배를 받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고 오히려 양자의 종속관계는 더 고착화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들의 동반성장과 상생을 위해 이익에 앞서 공유해야 할 것은 기술·지식·노하우·품질·경영기법 등이다. 양자 간에 비합리적인 거래관행이나 방식,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 특히 1차 협력업체와 2차 협력업체 간의 문제는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 관계보다 더 심각한데, 모든 문제를 안이하게 대기업의 잘못으로 귀속하고 있지 않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기업의 동반성장이나 상생은 궁극적으로 기업들을 생태계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 생태계가 바람직한가에 대해 우리 사회의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또 세계 기업 생태계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업생태계의 동태적 균형을 이해한다면 정태적 관점에서의 이익공유제 도입이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의 퇴보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임을 유념해야 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면서도 가산점과 인센티브를 운운하며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시도하려면, 기업 현장과 시장의 조언에 겸허하게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오수 서울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