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ed

중앙일보

입력

영화 '스피드'는 키아누리브스라는 배우를 대중들로 하여금 확실한 스타급으로 격상시키게 만든 작품으로 남아있다.

제목처럼 확실한 속도감과 액션을 보장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주연배우들의 모습보다도 그럴듯하게 짜여진 각본을 바탕으로(범인이 제시한 제한속도 이하로 속도가 떨어지면 차가 폭발한다 - 때문에 차는 단 한번의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달려야 한다는) 쉴새없이 관객을 몰입시키는 현실감있는 액션장치들 때문이다.

현실감이라는 의미는 영화속에서 구현될때 이미 그 정의를 잃는 경우가 많고, 때문에 많은 영화들은 애초부터 SF를 표방하거나(적어도 특수효과만큼은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장르이다) '사이버펑크'와 같은 애매한 표현을 일삼아 왔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액션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진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문어같은 외계인이 광선총을 쏘아대는 영상보다는 때때로 뼈빠지게 고생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더 보고 싶은게 관객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산드라블록과 키아누리브스의 전형적인 로맨스가 그리 돋보이지 않고, 악역이라면 이미 오래전부터 독보적인 1인자로 자리매김한 데니스호퍼의 광기조차도 밋밋한 것은 이 영화가 보여준 현실감 넘치는 액션 덕분인 것이다.

음악은 마크맨시나가 맡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본격적으로 그 이름을 알린 작품이 바로 이〈피드〉인데 이 작업과 거의 연장선상에 있는 블럭버스터급 영화작업으로〈트위스터〉가 있다.
두 작품 모두 드라마적인 요소보다는 공상과학/액션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을 금방 파악할 수 있는데 실제로 이런 경향은 마크맨시나의 주특기라고도 할 수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로 앨범 크레딧에서 한스짐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마크맨시나 역시 한스짐머 사단에서 발탁되고 육성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 전곡을 곰곰이 듣고 있노라면 한스짐머의 영향이 알게 모르게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곡의 전반적인 구성은 마치〈더록〉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는데 이 역시 한스짐머의 영향이 미친 것이라 볼 수 있고 풀오케스트레이션의 바탕위에 장식처럼(주로 신디사이저는 리듬의 보조나 효과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전자음을 덧입히는 형식 역시 그러하다.

참고로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은 팝앨범과 스코어 두 형태로 나누어져 발매되었고 국내에 소개된 것은 키아누리브스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팝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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