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임선동, 다승왕 후보로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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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과 부상으로 질곡의 세월을 보내던 프로야구 현대 투수 임선동이 마침내 옛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되찾았다.

임선동은 13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9이닝을 완투하며 삼진 8개를 잡아내는 완벽한 투구로 프로 데뷔 이래 첫 완봉승을 일궈냈다.

97년 데뷔 첫 해 11승을 올려 어느정도 몸값을 해냈지만 다음해 1승으로 곤두박질치더니 작년에는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스러져 가던 임선동으로서는 첫 완봉승은 완벽한 부활의 선언과 다름없었다.

올 시즌들어 벌써 13승으로 다승 선두인 팀 후배 김수경에게 1승 차이로 다가섰고 방어율도 3.43으로 선두 오봉옥(해태)의 3.03에 바짝 따라 붙었다.

7연승을 달린 임선동은 내친 김에 다승왕에도 도전장을 내밀 태세고 내년 외국진출이 확정적인 팀 선배 정민태의 뒤를 이어 한국 프로야구 최고 투수 자리를 예약한 셈이다.

이런 임선동의 재기는 '풍운아'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곡절 많았던 긴 수난의 세월을 이겨낸 것이어서 더욱 값어치를 더한다.

임선동은 서울 휘문고 재학시절 동갑내기 조성민(요미우리 자이언츠)과 박찬호(LA 다저스)를 훨씬 능가하는 기량으로 박철순-선동열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손꼽혀 왔던 기린아.

그러나 임선동은 프로야구 LG의 지명을 외면하고 연세대로 진학하면서 진로가 꼬였다.

대학 재학시절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이끄는 등 승승장구하던 임선동은 LG의 지명권을 무시하고 일본 프로야구 구단과 입단 계약을 추진했고 LG와의 법정 싸움까지 벌이는 소동 끝에 결국 한국과 일본 어느나라에서도 프로무대에 설 수 없는 신세가 됐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임선동은 97년 LG 유니폼을 입었고 첫해는 그런대로 보냈지만 예전의 기량은 흔적없이 사라져 버렸다.

현대로 이적한 임선동은 올해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강훈련을 소화했다.

당시 임선동은 "올해도 성적을 못내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불어난 몸무게를 빼니까 볼끝이 살아난다"고 비장한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동기생 조성민이 2년2개월만의 부활투를 던지던 날 완봉승을 거둔 임선동은 영원한 라이벌 박찬호, 조성민 등과 한국, 미국, 일본에서 나란히 최고 투수가 되는 날을 꿈꾸는 모습이었다.(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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