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동갑, 연주는 누나 상희는 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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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시청 앞 광장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이상희(뒤)와 정연주. [김태성 기자]

“(이)상희는 붙임성이 많고 낙천적인 게 보기 좋아요.”(정연주)

 “(정)연주 누나는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에요.”(이상희)

 2011년 한국 남녀 프로골프투어의 샛별은 정연주(CJ오쇼핑)와 이상희(이상 19·캘러웨이)였다. 정연주는 메이저 대회인 태영배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신인왕이 됐고, 이상희는 시즌 최종전인 NH 농협오픈에서 우승했다.

 열아홉 동갑내기인 정연주와 이상희는 절친한 선·후배 관계다. 빠른 92년생인 정연주에게 이상희가 ‘누나’라고 부르지만 선·후배라기보다는 친구 같다. 중학교 때부터 주니어 무대에서 얼굴을 마주쳐온 둘은 2008년 나란히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내며 가까워졌다. 올해는 같은 대학(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 11학번)에 입학하며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

 “같은 나이에 같은 학번인데 누나라고 부르는 게 억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상희는 “그러게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정연주가 눈을 흘기자 이상희는 이내 “어렸을 때부터 누나라고 불러서 그렇게 부르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고 슬그머니 말끝을 흐렸다. 두 선수의 승강이는 목적지인 서울시청 앞 광장에 있는 아이스링크까지 이어졌다. 두 사람은 23일 골프전문채널 J골프의 출연요청을 받았는데, 모처럼 시내에 나온 김에 함께 스케이트를 타기로 약속했다.

 처음 스케이트를 탄다는 정연주 앞에서 이상희는 “두세 번 타봤다”며 호기를 부렸다. 하지만 막상 스케이트화를 신고 아이스링크에 서자 전세가 역전됐다. 정연주는 솜씨 좋게 얼음을 지치며 나아간 반면 이상희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쩔쩔맸다.

 정연주를 쫓다 지친 이상희는 “연주 누나는 뭐든지 금세 배운다. 또 뭐든지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게 장점”이라며 “같은 투어에서 활동하진 않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나도 누나처럼 열심히 해서 더 큰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부러운 마음을 실토했다. 정연주는 “이상희의 사교성이 부럽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편”이라며 “프로가 되니 사교성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년에는 상희처럼 스스럼없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시즌을 마치고 모처럼 여유를 만끽한 둘은 내년 초 각자 계획한 전지 훈련지로 날아간다. 정연주는 괌과 뉴질랜드에서 두 달 동안, 이상희는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서 두 달여 전지훈련을 한다. 정연주는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냈지만 부족한 점도 많이 깨달았다”며 “체력과 쇼트 게임 보강에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언 샷이 자신 있지만 쇼트 게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상희도 겨우내 쇼트 게임 보완에 신경 쓸 계획이다.

 신인왕과 상금랭킹 5위(2억8031만원)란 성적표를 쥔 정연주는 내년 시즌 목표를 ‘상금왕’으로 잡았다. 정연주는 “목표는 크게 잡을수록 동기 부여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상금랭킹 74위로 처졌다가 시즌 마지막 대회 우승으로 시드를 획득한 이상희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싶었지만 시즌이 끝나 아쉬웠다”며 “내년 시즌 빨리 우승해 반짝 우승이 아니란 걸 증명해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지연 기자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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