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PC, 10개월만에 좌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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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주저앉고 마는가'' 지난해 10월 ''1가구 1PC''를 모토로 기세좋게 출발했던 인터넷 PC사업이 올들어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달 인터넷 PC생산업체 가운데 선두를 달리던 세진컴퓨터랜드의 부도로 ''위기설''이 공식화되고 있다.

인터넷 PC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2개월동안 14만5천여대가 판매되면서 가정용 PC가운데 30%의 점유율을 차지해 한때 성공하는 듯 했으나 올 상반기 총 매출량이 26만5천여대로 급감, 상반기 시장점유율 15%선에 그쳤다.

관련업계는 이러한 인터넷 PC의 퇴조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기업 PC브랜드의 가격인하 전략을 들고 있다. 국내 PC시장의 75%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는 인터넷 PC사업이 발표되자 지난해 8월부터 100만원대 이하 PC를 시험적으로 선보이다가 인터넷PC가 상승곡선을 그리자 재빨리 가격을 100만원 초반대로 인하, 맞불을 놓았다.

이들 두 회사뿐 아니라 대우통신도 펜티엄Ⅲ 700㎒급 ''큐리엄''시리즈를 내세워 저가이면서 고급 사양의 PC를 선보여 인터넷 PC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특히 대기업들은 올 상반기에 들어서면서 삼보컴퓨터가 110억원의 자금을 광고를 투입하는 등 대규모 광고전략과 무료교육 등 수준급의 서비스전략을 구사해 상대적으로 자금의 여유가 없는 인터넷 PC업체들을 브랜드 파워로 압박해왔다.

삼성전자측은 "대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전국적인 유통망과 애프터서비스 측면에서 쌓인 노하우"라며 "인터넷 PC업체들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정도의 구체적인 애프터서비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출발한 것이 퇴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인터넷 PC사업이 시작된 지 2개월만인 지난해 12월 현주컴퓨터가 정부와의 불협화음으로 사업에서 퇴출당하는 등 정부가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인터넷 PC사업자 선정시 경쟁입찰방식을 취했으나 10%를 밑도는 이윤율로 입찰가격을 내정, 단기간 승부를 노려 업계에서는 이미 ''실패가 예정된 사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윤율을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턱없이 낮게 책정하는 바람에 주요 PC업체들이 사업참여를 포기,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규모의 이익''효과를 얻지 못한 결과가 현재 상황을 초래한 배경이 됐다는 것. 게다가 지난해 저가 반도체의 주 생산국이었던 대만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급등해 인터넷 PC 생산업체들이 부품확보는 물론 저가 PC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반도체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다.

세진컴퓨터랜드와 인터넷 PC 판매에서 수위를 다투던 현대멀티캡의 경우 지난달 컴팩과 제휴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대기업의 시장점유율 증가에 대응하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PC 협회에서도 하반기 PC 시장에서 재도약을 위해 업체 재선정 등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협회관계자는 "제품 사양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안외에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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