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정도였다.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황우여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공개된 시간 말이다.
이 대통령은 이때 “정치권이 협조해줘서 고맙다”는 취지의 말을 5차례나 했다. 박 위원장을 향해서도, 원 대표에게도 그랬다. “날씨가 추운데 오시게 됐다”는 인사말을 건네며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도 했다.
그래선지 초반엔 “돌발상황을 맞아 대통령이 신중하고 균형 있게 대응해 국민이 안심하는 것 같다”(박 위원장), “정부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원 대표)는 ‘덕담’이 오갔다. 그러나 비공개 자리에선 날카로운 얘기들도 오갔다고 한다.
▶박 위원장=정부가 모든 시나리오도 포함한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의 특성상 어려운 측면이 있겠지만, 대화채널을 포함한 대북 정보체계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
▶이 대통령=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발표 전에 모른 건 사실이지만 우리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몰랐다. 우리 정보력이 그렇게 취약하진 않다. 한·미 정보공유도 대단히 잘되고 있다.
▶원 대표=중국과의 외교관계가 원만치 못하다.
▶이 대통령=내년 중국에 첫 국빈방문을 할 예정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다른 어느 나라와도 직접적으로 통화하지 않았다. 중국이 외교장관들끼리 통화하자고 해서 통화를 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된 소통은 잘되고 있다.
▶김 원내대표=국민불안을 해소하려면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등 통일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해야 한다.
▶이 대통령=정부에 맡겨 달라.
▶원 대표=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 민간 조문을 적극 허용해야 한다.
▶이 대통령=(북한 조문을) 지금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갈 수 있는 거 아니냐. 국론이 분열되면 바람직하지 않아 협조를 요청하는 거다. (조의하고 일부 조문을 허용한) 정부 조치에 반대하는 분도 많다. 탈북자나 KAL·아웅산테러 유족 등 피해당사자들이 있는데, 그분들을 다 설득해서 한 거다. 원칙이 훼손되면 대단히 곤란하다. 야당에서 이해해달라.
이 대통령은 여야가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촉구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한 데 대해 “국회에서 결의안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국격을 따져 신중히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후 박 위원장과 따로 20여분간 만났다. 박 위원장은 “(내가) 당 중책을 맡고 처음이라 따로 티타임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이 대통령이) 일부러 신경 쓴 것 같다”며 “현 시국과 관련해, 예산 국회가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말씀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분위기가 좋았냐”는 질문에 말 대신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고정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