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의 충고 … 미, 북한 자극 말고 대화 기회 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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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갈루치

로버트 갈루치 ‘존 앤 캐서린 맥아더재단’ 회장은 “미국은 북한의 체제 전환 과정을 자극하지 말고 참을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NYT)에 기고한 ‘북한에 대해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칼럼에서다.

 갈루치 회장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차관보로 북핵 협상대표를 맡았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끈 주역이다.

 그는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완료될 때까지 1년 정도는 누가 북한의 실권자인지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말고,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며 “미국의 지도자나 지도자가 될 사람이 북한의 체제 전복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보다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탄하거나 북한이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는 때가 되면 환영하겠다고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핵무기 문제를 토론할 준비도 돼 있다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갈루치 회장은 핵무기 해제를 위한 북·미 대화가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과거 오바마 행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바라는 동맹국 한국의 요구나 북한에 잘못된 교훈을 줄 수 있다는 공화당의 비판을 의식해 북·미 대화에 매우 민감한 태도로 접근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하지만 이제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하고, 지금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한 최선의 정책은 바로 북핵 해제를 위한 심각한 논의에 착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동맹국의 요구나 국내 정치에 끌려 다니기보다는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기회를 잡는 것이 미국의 안보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갈루치 회장은 이와 동시에 북한의 핵 확산 시도를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 미국은 북한이 핵물질이나 기술을 다른 나라 정부나 테러리스트 집단에 넘기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움직임이 감지된다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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