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86> 건국 40년 UAE ‘포스트 오일’시대 준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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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가 탄생한 지 40주년을 맞았다. 건국 기념일인 2일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 UAE 전역에서는 건국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연합의 정신(Spirit of the Union)’을 모토로 진행된 건국 기념 행사에서는 지난 4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40년을 준비하는 UAE의 비전이 제시됐다. 미래를 향한 UAE의 거침없는 행보는 한국에도 기회가 될 전망이다. 또 문화와 녹색 성장 등을 중심으로 ‘포스트 오일 머니’ 시대를 준비하는 UAE의 청사진은 친환경 에너지 개발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모색하는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아부다비·두바이(UAE)=하현옥 기자

UAE는 세계 3대 산유국이다. 매장량으로는 세계 석유 부존량의 8%를 차지하는 세계 6위의 국가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세계 4위다. 이처럼 막대한 석유자원에서 나오는 수익을 국가 기간사업 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한편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면서 UAE는 1990년대 후반부터 중동 지역의 무역과 금융·통신·교통·관광 중심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두바이가 모라토리엄 위기에 처했지만 아부다비가 구원투수로 나서며 금융위기의 후폭풍에도 꿋꿋한 모습을 보였다. UAE의 미래를 3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관광과 문화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진은 포뮬러원(F1) 전용 경기장인 야스 마리나 서킷과 세계 최초의 페라리 테마파크인 ‘페라리 월드’. [블룸버그 뉴스]

●대통령직은 아부다비, 총리는 두바이 왕가가 맡아

UAE는 1971년 영국의 보호령에서 벗어나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주축으로 샤자·아즈만·움 알 콰인·라스 알카이마·후자이라 등 7개 토후국(에미리트)로 연방국가를 창설했다.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 받는 고(故) 셰이크 자이드(Shaikh Zayed) UAE 초대 대통령은 사막에 흩어져 있던 토후국을 모아 UAE를 탄생시켰다.

 UAE는 7개 지방정부로 구성된 연방 대통령제로 대통령제와 전통 왕조가 결합돼 있다. 건국 당시 대통령직은 아부다비 왕가가, 총리는 두바이 왕가가 맡는 합의가 이어지면서 안정된 정치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원수인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은 고 자이드 대통령의 아들이다.

 40년 전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 “뭉쳐야 산다”는 정신으로 연방국가를 건국한 UAE는 이제 새로운 통합을 꿈꾸고 있다. 칼리파 대통령이 언급한 ‘에미리트화(Emiratisation)’다. 다양한 인종과 국적, 문화로 이뤄진 국가가 하나의 정신 아래 번영과 진보를 위해 나아가기 위한 국가의 비전이다.

 UAE의 전체 인구(825만 명) 중 자국민 비율은 11.5%에 불과하다. 전 인구의 90%가량이 외국인인 셈이다. 건국 이후 국적이나 문화, 종교 등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관용의 정신을 지켜온 덕에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모자이크를 이룬 다문화 국가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UAE 사회의 근본 가치로 ‘관용’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런 만큼 아랍어가 공용어지만 영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종교의 자유도 보장된다. UAE에서 일하는 외국인의 종교생활을 보장하고 있다.

●사디아트에 박물관 4개, 5성급 호텔 29개

UAE의 문화지구인 아부다비 사디야트섬에 문을 열 예정인 구겐하임 미술관 중동 분관의 조감도. [블룸버그 뉴스]

오일 머니로 축적한 돈을 바탕으로 UAE는 아부다비를 ‘중동의 파리’로 탈바꿈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문화와 관광 중심 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아부다비 동쪽 끝에 자리 잡은 야스(Yas)섬은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을 테마로 조성된 관광특구다. 야스섬에는 F1 전용 경기장인 야스 마리나 서킷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초의 페라리 테마파크인 ‘페라리 월드’도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페라리 월드는 약 16만2000㎡(40에이커) 넓이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롤러코스터 ‘포뮬러 로사(Formula Rossa)’ 등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롤러코스터는 최고 높이 62m, 총 길이 2000m로 시속 240㎞까지 질주할 수 있어 실제 페라리 F1 경주차를 탄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행복의 섬’이란 뜻의 사디야트(Saadiyat)섬은 아부다비가 문화지구로 적극 개발하는 지역이다. UAE ‘건국의 아버지’인 셰이크 자이드의 이름을 딴 자이드 국립박물관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중동 분관, 구겐하임 미술관 중동 분관 등이 건설되고 있다.

 2014년 문을 열 예정인 자이드 박물관은 연면적 6만6000㎡ 규모로 UAE의 상징 동물인 매의 날개를 형상화한 124m 높이의 전시관 5개로 이뤄져 있다. 설계는 런던 밀레니엄 브리지 등을 설계한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맡았다. 협약을 맺은 영국 대영박물관이 박물관 운영과 인력 교육에 대한 지원 등을 맡는다.

 ‘사막의 루브르(Desert Louvre)’로 불리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중동 분관은 2013년 개관할 예정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를 맡았다. 연면적 2만4000㎡ 규모로 아랍 전통 양식의 수려한 돔 형태를 띠게 된다. 아부다비 정부는 30년간 루브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 사용권을 받았으며 루브르 박물관 작품 수백 점을 6개월에서 2년간 대여하는 조건으로 루브르 박물관에 4억 유로를 지급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중동 분관 설계는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미국의 천재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맡았다. 해양박물관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다. 이들 4개 박물관 외에도 아부다비 정부는 2018년까지 모두 270억 달러를 투입해 5성급 호텔 29개와 골프장 2개를 건설해 사디야트를 UAE의 문화와 관광 복합단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온실가스·쓰레기·자동차 3무 도시, 마스다르

UAE 정부가 220억 달러를 들여 아부다비 국제공항 옆에 건설 중인 마스다르(Masdar)시티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도록 설계된 ‘탄소 제로’ 도시다. 온실가스와 쓰레기, 자동차가 없는 ‘3무(三無)’ 친환경도시다.

 5만 명이 거주할 예정인 이 도시 내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태양열 발전과 풍력 발전 시스템을 이용해 충당한다.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자동차의 운행은 금 지된다. 그 대신 태양광 전기로 충전되는 캡슐형 무인전동차 3000대가 교통수단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2008년 2월 착공한 이 신도시는 2016년 완공될 예정이며 전체 면적(6.5㎢)은 여의도의 4분의 3 크기다.

 원유 생산 대국인 UAE가 이러한 시도에 나서는 것은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2007년 아부다비 정부가 발표한 ‘아부다비 플랜 2030’과 ‘아부다비 메트로 프로젝트’다.

 ‘아부다비 플랜 2030’은 석유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하고 다양한 수익원을 갖춘 경제 구조로 변모하기 위한 전략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 6~7%의 성장을 지속해 국내총생산(GDP)을 지금보다 5배로 늘려 중동 지역의 경제 중심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2015년까지 비석유 부문의 성장률을 9.5%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항공과 우주, 방위 분야의 기업도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부다비 메트로 프로젝트’는 경제 구조의 다변화를 꾀하기 위한 목적에서 중공업에 투자하고 석유 및 천연가스 대체재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 자원을 도입하기 위한 전략이다. UAE가 걸프 지역 국가로는 처음으로 원전 건설을 결정한 것도 화석연료가 고갈될 때를 대비해 원자력과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추기 위한 포석이다. UAE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기씩 단계적으로 원전 4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들 원전은 UAE 총 발전용량의 25%를 맡게 될 전망이다. UAE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미국 경제주간지 타임은 아부다비의 변화를 “석유 거인의 녹색 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재생에너지에 초점을 맞춘 전략과 함께 UAE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 다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 세계 알루미늄 수요가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를 풍부하게 쓸 수 있는 중동 지역 국가는 알루미나와 에너지를 주원료로 하는 알루미늄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UAE의 경우 초대형 알루미늄 제련소를 준공해 세계 5위의 알루미늄 생산 국가로 도약했다. 이와 함께 막대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아부다비 투자청(ADIA)은 세계 각국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경영권 등을 인수하는 등 국제시장의 ‘큰손’으로 주목 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면적: 8만3600㎢
인구: 825만 명(자국민 11.5%, 외국인 88.5%)
수도: 아부다비
정부 형태: 7개 토후국으로 이뤄진 연방 대통령제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9600달러
일일 원유생산량: 281만 배럴

※1인당 GDP와 일일 원유생산량은 2010년 추정치

자료: UAE 정부·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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