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이 캠퍼스 … 맞춤 인재 서로 데려가겠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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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1일 경기도 시흥시 반월·시화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산업기술대. 캠퍼스 한가운데에 지상 18층, 지하 1층 규모의 ‘기술혁신파크(TIP)’가 솟아 있다. 이 건물에는 ‘엔지니어링하우스(EH)’ 50개가 설치돼 있다. 이 대학 교수와 학생, 200여 개 기업 관계자들이 분야별로 함께 연구하는 공간이다. 학생 기숙사와 교수·기업인용 게스트하우스까지 갖춰져 1400명이 먹고 잘 수 있다. 주상복합아파트 같은 건물에서 산학협력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학은 공학계열 중심의 12개 학과에 6000여 명이 재학 중이다. 지난해와 올해 연속 취업률 1위(졸업생 1000~2000명 대학 기준·취업률 75%)를 기록했다. 최준영(60) 총장은 “‘가족회사’ 관계를 맺은 기업이 3900여 곳인데 기업은 대학을 연구소로 쓰고 학생은 기업에 가 실습을 한다”며 “기업을 찾아가는 대학이 됐더니 졸업생이 없어서 못 보낼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대는 1997년 지식경제부(옛 산업자원부)가 출연해 산업단지에 설립한 산학협력 특성화 대학이다. 최 총장은 “기업과 한 몸이 돼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의 모델이 되겠다”고 말했다.

 -역사가 짧은데 취업률이 높은 비결은.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국가산업단지 중심에 캠퍼스가 있다. 설립 목적도 연구 중심보다 산업체에 우수 기술인력을 공급하고, 대학이 기술을 개발해 중소기업에 지원하자는 것이다. 기업은 우리 대학에 와서 각종 장비를 쓰고 교수·학생과 연구를 함께한다. 학생들은 기업에서 실습을 하고 교과 과목도 기업인의 의견을 들어 바꾸고 있다. 이렇게 하니 정부의 공식 취업률 조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취업률이 높았다.”

 -산업단지에 중소기업이 많을 텐데 졸업생들은 대기업을 선호하지 않나.

 “우리 대학에선 기업 현장을 접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 프로젝트 실습으로 8학점을 따야만 한다. 엔지니어링하우스에서 학생들이 밤낮으로 기업 연구진과 머리를 맞댄다. 이런 과정에서 학생들이 중소·중견기업도 근무할 만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소기업에선 승진도 빠르고 경영 전반을 파악할 수도 있다. 우리 대학 출신은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이탈률이 적어 서로 데려가려 한다. 요즘은 대기업도 경력자를 스카우트하지 않나.”

 -산학협력을 위해 대학 운영도 다른 곳과 다를 것 같은데.

 “대학은 산업 현장을 캠퍼스로, 기업은 대학을 연구개발실로 활용하자는 게 우리 대학의 모토다. 교수도 기업체 경력이 없으면 안 뽑는다. 우리는 돈이 생기면 기업을 지원할 장비부터 산다. 서울대 공대에서 인공뼈를 개발했지만 만들기는 우리 대학에 와서 만들 정도로 실무와 직접 관련된 환경을 만들었다. 가족회사가 된 기업 3900여 곳이 연간 장학금 15억원을 내고 있으며, 올해만 135개 중소기업이 100만원씩 135명에게 장학금을 줬다.”

 -내년에 일반대로 전환하는 이유는.

 “설립 때만 해도 산학협력을 다른 대학이 잘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대학가 전반에 붐이 일고 있다. 산업대와 일반대의 구별이 없어졌고, 산업대는 일반대학원 설립이 허용되지 않는 등 불이익이 있다. 일반대로 전환해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일반대학원을 만들어 연구 역량을 강화하려 한다.”

 -대학이 생존하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2007년 총장이 됐을 때 다른 대학에서 총장을 오래한 분들이 조언을 해줬다. 절대 대학을 확장하지 말라더라. 학과가 너무 많아 집중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산학협력을 특화할 계획이다. 대학은 학생을 만족시키고 산업계 변화에 맞춰 취업을 지원하는 데 더 충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연임됐는데 대학 발전 청사진을 소개해달라.

 “2009년부터 5년간 진행되는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에 수도권 1위로 선정됐고, 올 들어 경기지역에서 유일하게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됐다. 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 주관대학으로도 선정돼 안산·시흥스마트허브(반월·시화산업단지)를 정보기술(IT)기계산업 특화단지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주도하게 됐다. 600억원이 투입되는 정부 프로젝트인데, 2만9000㎡(약 8800평) 규모의 산학협력 캠퍼스가 세워지고 있다. 시화호 인근 시화멀티테크노밸리에 연구개발과 생산시설이 융합된 제2캠퍼스도 건립할 계획이다.”

글=김성탁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최준영 총장=1951년 경북 칠곡생. 서울대 무역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나왔다. 행정고시(20회)에 합격해 청와대 비서관,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국장, 산자부 정책홍보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2007년 9월 제4대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에 취임한 뒤 지난 9월 연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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