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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정서 발달에 좋은 운동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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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경(8·가운데)군이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있다. 축구는 순발력과 협동심을 길러준다. [사진=황정옥 기자]

지난 15일 서울시 진관초등학교의 방과 후 공부시간.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김시경(8)군은 같은 학교 친구 임세현·김민석(8)군과 함께 축구를 하고 있었다. 김군은 셋 중에서 가장 빨리 공을 드리블하며 골대로 공을 뻥 찼다. 몸을 움츠리게 하는 추운 날씨였지만 발에서 공을 놓지 않으며 경기를 주도하는 강한 집중력을 보였다. 어머니 김은혜(38)씨는 “1주일에 축구 3회, 수영 2회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여러 운동을 섭렵하고 싶어하는 의욕을 보일 만큼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기의 스포츠 활동은 정서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체적·정서적·심리적 발달이 이뤄지기에 초등학교 때 형성된 가치관과 정서는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서울교육대 체육교육과 성기훈 교수는 “운동을 한다고 해서 아이의 성격이 단기간에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효과는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스포츠는 종류에 따라 소극적인 아이에게는 적극성을, 차분하지 못한 아이에게는 침착함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고 말했다.

스케이트는 자신감, 배드민턴은 협동심 키워

겨울철 스포츠인 스케이트와 스키는 도전정신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스케이트는 얼음 위에 서는 것부터 자신감을 필요로 한다. 스키는 경사가 낮은 슬로프에서 중간·고급 단계를 정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이 고취된다. 야외에서 운동을 하면서 추위에 맞서기 때문에 인내심을 기를 수 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하는 운동은 협동심을 키우는 데 좋다. 대표적인 네트형 운동으로는 배드민턴·테니스·배구가 있다. 몸을 직접 맞댈 일이 없고 복식으로 게임이 가능해 팀워크를 형성하고 경쟁의식을 고양시키는 효과를 낸다. 성 교수는 “네트형 운동 중에서도 좁은 공간에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탁구와 배드민턴은 민첩성과 순발력을 기르면서 동료에 대한 배려,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습득하는 데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집중력과 사고력을 기르고 싶다면 임무를 완수하게끔 하는 운동이 제격이다.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목적지에 도착하는 오리엔티어링은 참가자가 목표지점을 최단거리로 찾아야 하는 스포츠다. 광주교육대 체육교육과 김인수 교수는 “지정된 지점을 찾기 위해 준비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해야 하는 오리엔티어링은 인내력과 진득함을 길러준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자전거 하이킹은 일정한 목적지를 도달하고 와야 하는 과정에서 책임감이 형성된다.

다양한 운동해보며 꾸준히 할만한 것 찾아야

대표적인 단체운동인 축구·농구·야구는 체력을 많이 요구한다. 순발력·민첩성·지구력·유연성과 기초체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심폐 지구력을 길러준다. 특히 팀 조직력이 중요하기에 ‘우리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성 교수는 “나만 잘해서는 이길 수 없는 운동이므로 자기중심적인 아이도 남을 먼저 배려하고 격려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또 공을 패스하고 슛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는지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므로 판단력이 강해진다.

수영과 등산은 ‘자신과의 싸움’인 만큼 개인의 성취감을 높이는 데 적합하다. 두 운동 모두 ‘몇 미터 지점까지 가겠다’ ‘산 정상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인내심과 끈기가 생긴다.

멀리 나가야 하는 운동이 부담스럽다면 집 근처에서 하는 운동으로도 충분하다. 줄넘기와 제기차기는 간단한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끈기와 인내심을 길러준다. 하체 근력을 튼튼하게 하면서 다양한 동작으로 표현력을 향상시켜 준다. 줄넘기는 2단 뛰기(쌩쌩이)·X자 뛰기가 있으며 제기차기는 땅강아지(한 쪽 발로 제기 차기)·헐렁이(제기를 차는 발을 땅에 대지 않고 차기)·양발 차기로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정서 함양을 목적으로 반드시 특정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아이에게 다양한 운동을 제시하고 그중에서 한 가지를 고르도록 유도해 덜 싫어하면서 꾸준히 할 만한 운동을 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자녀가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가장 관심 있는 분야’의 운동을 시키는 것이 좋다”며 “운동을 잘 못하더라도 부모가 ‘잘한다’라고 격려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김슬기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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