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벤처 싱싱하게 고쳐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벤처기업들의 수익모델 창출 노력이 제2라운드에 돌입한 지금, 벤처컨설팅 업계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벤처기업의 리모델링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등장한 것. 이코퍼레이션의 김이숙 사장과 팍스넷의 박창기 사장이 공동으로 설립한 리모델링 전문회사 비아이뱅크의 하공명 부사장(35)을 만나 벤처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 들어봤다.

─ 벤처기업들이 최근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뭔가.
“근본적으로 벤처기업들의 불투명성이 원인이 됐다. 벤처자본시장은 이 불투명성을 장밋빛 미래로 보고 과다한 기대를 갖고 투자를 했다. 결국 버블이 빠지면서 건실한 벤처기업까지 휘청하는 지경까지 오게 됐다. 닷컴을 포함한 벤처기업들은 자신들의 수익모델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실제 수익을 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

─ 리모델링은 어떻게 진행하나.
“사업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너무 많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모델·경영 및 재무상태·인적 구성 등을 중심으로 컨설팅에 들어간다. 사업의 세부전략 수정과 수익모델 수정에 가장 주안점을 두며, 최종 목표는 코스닥 등록이나 M&A에 두고 있다. 자체 상장이 불가능할 경우 매력적인 M&A대상으로 탈바꿈시켜 주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비아이뱅크가 투자도 하고, 창투사를 통해 펀딩 작업도 함께 진행한다. ”

─ 수익모델 창출에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이 실패한 이유는 뭔가.
“수익모델의 경우 아예 시작부터 엉성한 모델로 시작해 손을 대기가 힘든 회사도 많다. 벤처기업이라 해서 기업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 기업 영속성의 원천은 수익 창출이다. 따라서 1백원짜리 물건을 90원에 파는데 미래가치와 장래성만 보고 계속 낙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1백원짜리 물건을 1백10원에 팔 생각을 해야 한다. 현재 인터넷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낸다는 기본원칙을 도외시한 결과다. 닷컴의 부활을 꿈꾸면서 ‘일단 몸을 낮추고 버티면 되겠지’라는 식의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할 때다. 콘텐츠의 유료화와 솔루션 임대사업(ASP) 등을 통해 수익모델을 바로 잡아가야 한다.”

─ 제조업 중심의 리딩벤처들의 경우는 리모델링을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하나.
“대형 벤처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스(GE)도 처음에는 전구 만드는 회사에서 출발, 제트엔진까지 생산하는 오늘의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직도 전구를 만들고는 있지만, 전구 생산은 총매출의 1%도 안된다. 이처럼 틈새시장 공략에서 출발, 세계적인 회사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명심하고 지속적인 기술개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벤처산업 전반이 위축기를 맞으면서 이들 리딩벤처는 한단계 도약할 필요가 있다. 세계 1위가 될 수 있는 분야에 사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잘하지 못하면서 다각화부터 추진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요건은.
“우선 경영자의 오픈마인드가 중요하다. 경영권까지도 내놓을 각오를 하고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해야한다. 새로운 수익모델만 만들어내며 ‘눈가리고 아옹하기’식의 겉포장 바꾸기에만 급급해서는 똑같은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또한 소형 인터넷 기업들은 중대형 벤처들과의 M&A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언제 잘리나”… e기술자들 좌불안석 ‘先占’이라는 신기루만 좇다 실패한다“1$도 아껴라”구두쇠 작전 돌입! 벤처기업들 리모델링 바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