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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고혈압·불안감·알레르기 … 이게 다 홍삼 부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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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보약(補藥)에 녹용이나 인삼이 들어가면 값이 크게 올라간다. 녹용이 안 든 보약 1재(20첩·10~15일 분량) 가격은 18만~20만원 선인데 녹용이 포함되면 30만~50만원으로 값이 훌쩍 뛴다. 보통 1첩에 녹용이 4g가량 들어가므로 1재엔 약 80g의 녹용이 첨가된다.

 녹용(鹿茸)은 갓 돋아서 아직 굳어지지 않은 연한 사슴뿔을 가리킨다. 같은 사슴뿔이라도 이미 다 자라 딱딱하게 굳어진 녹각(鹿角)보다 약효가 뛰어나다. 『동의보감』에선 최고가(最高價) 한약재 가운데 하나인 녹용을 “정력이 떨어지는 남성과 다리·무릎에 힘이 없는 사람에게 유익한 약재”로 서술하고 있다. 척박하고 추운 환경에서 자라는 사슴의 뿔이어서 위로 뻗치게 하는 기운이 강해 몸을 급히 보양시킬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래서 한방에선 여름에도 내복·양말을 신을 만큼 기운이 떨어져 있거나 음식을 먹은 즉시 설사를 하는 사람에게 흔히 처방한다.

 인삼은 신초(神草·신의 풀)로 통하는 약재다. 『동의보감』엔 “사람 모양처럼 생긴 것이 약효가 좋고 오장(五臟)의 기(氣)가 부족한 데 주로 쓴다”고 했다. “정신을 안정시키고 눈을 밝게 하며 토하고 딸꾹질하는 것을 멎게 한다”고도 기술했다. 그러나 “폐의 화(火) 기운을 통하게 하는 약이므로 오랫동안 기침을 하거나 얼굴빛이 검은 사람에겐 써서는 안 된다. 여름엔 적게 써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한방에서 녹용과 인삼은 각각 보양(補陽)과 보기(補氣)를 대표하며 한의학의 태동기부터 써온 오래된 약재들이다.

 그런데 최근 녹용·인삼을 주로 사용해온 한의사들이 녹용과 인삼을 가공해 만든 홍삼의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홍삼의 부작용을 알리는 지하철 광고까지 냈다.

 한의사들이 주축이 된 ‘참의료실천연합회’(이하 참실련)는 “C사 제품 등 녹용을 넣은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며 “녹용은 부작용 우려로 해외에선 모두 식품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관련 규정이 미흡한 한국에서만 식·약 공용 한약재로 사용되고 있어 국민들의 녹용 부작용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참실련 신혜경 홍보팀장(한의사)은 “녹용을 과다 사용하면 피부 발적(發赤)·가려움증·떨림·호흡곤란·소화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한의사의 처방 없이 누구나 복용해선 안 되는 약재”라고 강조했다.

 부작용이 우려돼 중국·대만·일본 등에선 녹용을 건강식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실련 김지호 한의사는 “홍삼은 인삼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저장상을 높인 제품일 뿐”이며 “홍삼·인삼과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섭취하면 혈압이 오르거나 숙면이 힘들어지고 자궁근종·자궁내막염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의사 단체가 오랫동안 자신들이 널리 사용해온 두 약재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참실련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를 내세운다. 반면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과 유사 건강식품 등에 밀려 보약의 수요가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건강식품 업체들은 “자기(한의사)들이 팔면 괜찮고 남이 판매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일축한다.

 한의사와 건강식품 업체들의 상반된 주장에 혼란을 겪는 것은 애꿎은 녹용·홍삼 애호가들이다.

 여기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세상에 부작용이 전혀 없는 약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녹용·인삼·홍삼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어린이, 노인, 만성질환 보유자, 자가면역질환 보유자, 가임기 여성, 모유 수유 중인 여성, 임신부 등은 섭취 전에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더 현명해 보인다.

 차제에 홍삼이 인삼과 달리 평소 열이 많은 사람에게도 유익한지 여부도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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