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교토 분노'…한·일 정상회담서 이례적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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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18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료안지(龍安寺)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두 정상은 당초 20분간 산책을 할 예정이었으나 이 대통령은 10여 분 만에 일정을 마쳤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소극적 자세에 이 대통령이 불만을 표시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교토 AP=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에게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어 있는 종군 위안부(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데 진정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총리가 직접 해결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관계기사 3면>

  이 대통령은 이날 교토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인식을 달리하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지금 생존해 계신 (위안부) 63분이 돌아가면 실마리를 못 푼다”고 강조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이처럼 적극적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한 건 처음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노다 총리는 이에 대해 “우리의 법적 입장을 잘 알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비(소녀상)가 설치돼 안타깝다”며 이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철거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보였다면 안 일어났을 일”이라며 “성의 있는 조치가 없으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제2, 제3의 동상이 세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국은 정상회담 이후 “아쉬움이 많이 남는 회담”(청와대 관계자), “실망스러운 결과”(일 외무성 관계자)란 입장을 내놓았다. 외교가에선 이례적으로 정상 간 갈등이 드러나면서 당분간 한·일 외교가 경색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토=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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