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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유머 vs 조롱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49호 04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 『웃음』을 읽고 있습니다. 프랑스 최고의 코미디언이 밀실에서 갑자기 죽었는데, 혹시 타살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은 시사주간지 사회부 여기자의 모험을 그린 작품이죠. 여기자를 돕게 된 연륜 있는 프리랜서 기자가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죽음의 배경을 밝히기 위해서는 웃음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면서.

“유머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은 아니에요. 완전한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머도 있어요. 그런 유머는 아주 좋아하죠. 그래서 그것이 대중의 저속한 기분풀이로 전락하는 것을 보면 참을 수가 없어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유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할 때는…질이 나쁜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에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머는 대개 인간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사람들을 조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하략).”

몇 년 전 코미디 프로그램 취재를 갔다가 담당 CP에게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웃기는 것도 테크닉이 있는데 가장 하수(下手)가 특정인을 계속 조롱하면서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웃음은 모두를 즐겁게 해야 한다면서.

아쉽게도 모두가 즐거운 웃음은 찾아보기 힘든 세상입니다. 사방에 조롱이고 ‘대중의 저속한 기분풀이’입니다. 그래서 웃고 나서도 오히려 씁쓸해지죠. 이럴 때는 읽던 책이나 계속 읽는 것이 상책입니다. 도대체 그 코미디언은 누가 죽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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